2019년 8월 16일 금요일

미친놈만 살아남는다: 손학규 (19년 8월 셋째 주)



어쩌다 보니 대표급 인사들을 계속 다루고 있어 다가오는 정계개편 국면의 키 플레이어인 제2야당 대표 손학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손학규, 하면 우리 세대에겐 손학규 징크스 같은 얘기로 유명한데 사실 그건 별거 아니고(손학규를 웃음거리로 만들어 묻어 버리려는 적대 세력의 이미지 공작?), 나의 뇌리에 가장 강렬히 박혀 있는 손학규는 그의 파란만장 정치 역정 중에서도 최고의 장면으로 꼽을 만한 순간인 민심대장정 당시 왕사마귀를 잡아먹는 손학규이다. 손학규는 정동영과 퇴물 대결을 해서 이겼으면 이겼지 절대로 지지는 않을 사람이다. 장관도 해 보고 경기도지사도 해 봤다. 당대표는 기본. 당내 대선 경선에 3회나 참여하여 3회 모두 패했으며, 그에게 패배를 안겨 준 사람들(정동영, 문재인, 안철수) 또한 대선에서 3회 모두 패했다고 하는 기이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야말로 톱급(TOP級)의 자버(jobber, 프로레슬링에서 지는 역할을 맡는 선수)로서, 여야와 보혁 어디에 있든 쓰고 버리기 딱 좋은 카드로 각광받아 온 사람. 손학규의 이런 특징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났던 것은 지난 탄핵 정국 당시 탄핵만은 어떻게든 피해 보려는 여러 정치 세력들에 의해 거국 내각의 총리가 될 뻔했던 일이다. 그렇게 됐어도 참 볼만했을 텐데 아쉽게도 그렇게 되진 않았다. 지금 당에서도 마치 당연하다는 듯,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대표직을 계속 시키느냐 마느냐 양옆에서 위아래로 흔드는 중이다. 애초에 버리는 카드로 그를 당대표에 앉혔다는 뜻. 본래 이번 주 향후 정치 구상을 담은 문제의 ‘손학규 선언’을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평화당 의원들의 단체 탈당 발표에 광복절도 끼어 있고 뭐 이래저래서 일요일이나 월요일쯤으로 미뤘다고 한다. 이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다음 주라 해서 무슨 일이 없을까?

1인자는 아니지만 사천왕 중 최강, 그러나 2인자나 3인자는 또 아닌, 우리의 영원한 4-1인자 손학규를 위한 이미지 메이킹 솔루션은 무엇일까? ‘물러서지 않는 자세’인 것은 본인이 아마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렇잖아도 머나먼 강진 땅으로 물러섰다가 돌아올 타이밍을 너무 오래 놓쳤잖은가?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란 생각에선지 이정미와 함께 단식도 하고 이것저것 밀어붙이는 모습, 누가 앞에 와서 욕하면 허허 웃으며 등을 두드려 준 다음에 자기 하고 싶은 얘기만 계속 하는 모습, 그런 것은 참 좋다. 하지만 말과 행동만으로는 부족한 것, 말과 행동만으로 사람들이 알아주고 귀기울이고 그런 정치가 되는 가능한 판국이었으면 내가 도대체 왜 이런 걸 쓰고 앉았겠으며 손학규는 왜 거기서 그러고 있겠는가? 말년의 손학규에게 아직도 뭔 뜻이 있다면 역시 ‘이미지 변신’이 필요한 것이다. 먼저 어느덧 일흔이 넘어 버린 그의 눈가의 주름, 사뭇 작아진 눈, 언제 저렇게 폭이 좁아졌지? 저러다 없어지는 거 아냐? 싶은 생각이 자연스레 들고 마는 눈, 최전방에서 매일매일 개기고 있는 원내대표 오신환 녀석의 엄청난 부리부리함과 비교해 봐도 기세 면에서 눌리고 만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일단 첫째로는 아이라인 문신이다. 강렬한 눈매로 부족한 카리스마를 보충한다. 여전히 안경을 고집하고 있는 샌님 유승민과도 좋은 대비가 될 것이다. 누가 뭐래도 아이라인 문신을 한 정치인은 이길 수 없는 법이다. 다음은 당연히 삭발. 손학규 선언을 딱 하고 2부 순서로 삭발을 한다. 이것이 저의 「진심」입니다, 눈썹 같은 것도 필요 없으니 이때 같이 밀어도 좋다. 다 끝나면 징 박힌 재킷을 받아서 척 걸치고, 달라붙는 바지는 커트보를 걷었을 때 이미 입고 있다. 나이에 비해 풍채와 자세가 좋기 때문에 테가 잘 난다. 어 제법? 이러면 적어도 20년은 줄일 수 있는 거 아닌가? 이것이 답이다. 젊게 살아야죠!

※추천 아이템: 목이 높은 부츠, 전용 바이크 ‘제7공화국’, 최고위에서 자꾸 개기는 놈들 보라고 꺼내 놓을 크롬 너클 한 쌍, 옥색 반다나(바른미래당 굿즈샵에서도 판매), 팔뚝 레터링 ‘저녁이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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