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9일 수요일

마른 꽃잎 하나가

아저씨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몰라

어깨에 조금 붙어서
그의 하루종일을 넘겨다볼 뿐

이 거리의 사람들 다
가벼운 재질의 여름옷 입고 있는데
아저씨만 몸에 붙는
블랙야크 등산복을 입은 거예요

때는 밤이었고
사람들 어디로든
돌아가 쉴 곳 찾고 있는데
아저씨 가게만 밤새 거기 있을 것처럼
조명을 환하게 켜놓고 있는 거예요

간간이 오는 손님들은
그와 약간씩 대화합니다

꽃 이름 몇 가지 물어보고
감당할 만한 가격인지 체크하고
힘든 사람 위로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것
적당히 챙겨서 떠나지요

나는 어깨 너머로
아저씨가 권하는 아름다운 것

카라를 신문지에 싸주며
이게 더 낫다 말하는 것

라벤더의 꽃말은 “기억해주세요”랍니다
허허 웃으며
너스레 떨 줄 아는 것

하나하나 보고 배웁니다

아직 살아 있는 동안에는
뭐든지 겪고 있으니까

우연히 아저씨를 겪고 있어요

그가 견디는 박살 난 화분을
뿌리가 거꾸로 난 마른 식물을
흙과 뒤섞여 범벅된 바닥을
나도 견뎌봅니다

꽃집의 분위기는 적당히
아저씨 하고 있고
그나마 자신이 오래 해온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손님 맞고 식물 관리하는 일과
다 말라서, 그의 어깨에서 날아갈 때까지의 내가
남은 생애에 하는 일이
구별되지 않을 때가 좋습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나는 몰라요

그런데 아저씨를 한다면
그의 어깨 정도
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내게 아저씨 하라는 사람
세상에 아무도 없지만요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