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뱉고 놀라웠다!
어떻게 몸에서
이렇게 역겨운 색깔이
나올 수 있지…
피부 아래엔
내가 먹은 빵과 풀 비슷한
자연적 색깔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일요일의 상한 굴
쓰러진 거인의 타액
너무 피곤해서 죽어가는 사람의 냄새가
절망처럼 뒤섞이고 있었다.
감은 눈꺼풀 속에서나 끈적거리던 기억이
세면대 위를 느리게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
스무 살, 나 같은 애들로 빼곡한 대형 강의실에서
교수는 어느 스페인 화가의 투우 동판화를 보여주었지.
정오의 뜨거운 태양 아래
창을 든 군중들이
소의 힘줄을 찢고 있었어.
한 사내는 장대를 들고
인생의 단독 무대처럼 사방으로
소의 등을 뛰어넘었다.
이 그림의 제목으로 말할 것 같으면…
「완전히 죽을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였던가?
소는 자기 목숨만큼이나 짧은
그림자를 밟고 서서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공황에 빠져 있었어.
다 끝나기 전까지는 차라리
축제 같은 느낌이었고
은회색 그림 속엔
단색조의 긴장감이 흘러넘쳤어.
하지만 화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지.
교수는 그래서 예술가인 거라고 했어!
커브를 돌며 피하는 소의 등허리에
마지막 일격을 가했거든,
관중석까지 피가 튀자
그림 전체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거든…
그때 내가 목격한 건
날카로운 철침으로 선을 새긴 뒤
산을 뿌려 부식시킨
금속성 폭력이었어.
나를 매달리고 애원하게 만드는 냄새,
나를 두 손 들고 굴복하게 만드는,
함부로 폭도 같은 피 냄새…
이제 나는 더
뽑을 사랑니가 없다.
마음속으로 여러 번
남의 등에 칼을 꽂고
거기서 멈추지도 않아.
살아서 움직이는 우유처럼
없는 상상을 하지 않아.
그런 건 내가 만든 시신들을
하얗게 표백할 때나 의미가 있다.
어제는 뭘 죽였을까?
잊어버리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나 해.
오늘 아침처럼 가끔씩
입안에 머금은 피를 생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