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3일 토요일

호박 고구마 할머니




쉬는 시간이 끝나고 돌아오자 zoom 화면에는 나문희 선생님 얼굴이 가득했다. 아이들은 호박 고구마 할머니라고 불렀다. 한선생은 딱히 금지하는 것이 없는 편이지만 배경으로 깔아둔 저 표정을 보고 수업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시 반의 룰을 정했다.

-돌고래 소리 금지.
-폭력과 욕설 금지.
-줌 수업 때 나문희 선생님 사진 금지.

한선생의 일지가 줄어드는 걸 보면 그동안 아이들과의 만남이 줄어들었다는 말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여전히 똑똑했지만 작년 학생들에 비해 매우 어렸다. 또래 친구들을 직접 만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자라지 않다니.

신도 다시 룰을 정하는 걸까?

한선생이 잠시 생각에 빠졌을 때, 아이들은 재빠르게 호박 고구마 할머니의 사진을 껐다 켰다 반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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