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3일 화요일

GMCG

고대 히브리 문자 표기 체계에 모음이 없었다는 얘기는 제법 알려져 있다. 출판사 ‘지엠시지’는 그와 아무 상관이 없다. 네 개의 알파벳만 봐서는 직관적으로 아무 뜻도 짐작할 수 없다.
/
얼른 뜻을 알 수 없으므로 영 수상쩍다. 사이비 종교 또는 유사과학계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
사명에 무슨 좋은 뜻이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들리기에만 좋고 입에만 잘 붙으면 된다.
/
GMCG는 둘 다 아니지 않은가?
/
다른 문자로 표현할 수도 있다. ГМЧГ(게엠체게)...
/
아니, 4음절은 여러모로 애매하다.
/
정사각형의 로고를 만들 수는 있을 것 같다.
/
그보다 특수문자로 등록할 수 있나?
/
다 문제가 아니다. 어느 문자로든 그런 이름은 안 쓸 것이다. 최소한 출판사명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
바로 그 점이 좋다는 이야기다.
/
애초에 왜 그냥 곡물창고가 아니라 굳이 GMCG인가?
/
사명을 곡물창고로 하면 출판사에 곡물창고가 딸린 것처럼 되어 버린다. 곡물창고는 어떤 출판물을 위한 선공개 플랫폼이 아니다. 일테면, 출판사 쪽이 곡물창고에 딸려야 한다. 구분을 그런 식으로 하겠다는 거다. 또 글로벌 시대니까 Gokmoolchang... 이런 건 어렵기도 하고.
/
차라리 그래너리북스라면?
/
번역할 이유 없고, 이미 미국에 존재한다.
/
검색해보니 Global Maritime Consultants Group이란 기업도 있다.
/
적어도 남한에선 우리가 지명도로 압도할 수 있다.
/
아까는 글로벌 어쩌고 했는데...
/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하여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알파벳 대문자 배열을 사명으로, 출판사명으로 써도 안 될 거 없다는 얘기다. LG나 GS 같은 경우는 어떤가? BMW는? 다른 업종까지 안 가더라도, 그런 식의 출판사명은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내가 검색시스템에서 찾아봤다.
/
적어도 우리가 아는 데 중엔 없지. LG 출판사? 그런 게 가능하겠냐?
/
당연히 가능하다. 삼성출판사도 있다. 그렇다면 타협안으로 GMCG 프레스는 어떤가?
/
너무 길다.
/
GMCG 엔터테인먼트라면?
/
무슨 엔터테이닝을 하겠다는 건가? (그리고 더 길어졌어?)
/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
도서명이 아니라 출판사명이 흥미를 불러일으킬 이유는 없으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직 서가에서, 책등들의 아래쪽에서나 그럴 수 있을 것이다.
/
바로 그거다. 서가 가운데서.
/
하여튼 엔터테인먼트는 안 된다. 도서명에 도리어 방해다.
/
그럼 역시 그냥 GMCG로 가는 수밖에 없다.
/
개수작... 다 그렇다 쳐도 곡물창고의 사유화 아닌가? 곡물창고와 그 출판사가 어째서 관계있어야 하는가? 누구 마음대로? 차리고 싶으면 따로 차려라.
/
출판사의 입장으로 바꿔 봐도 곡물창고에 어떤 식으로든 딸릴 이유가 없다. 왜 곡물창고와 관계있어야 하는가?
/
타당한 얘기들이다. 그래도 후보에 넣을 순 있겠지?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순간에, 결국 제비뽑기를 해야 할 때, 그 제비 중 하나에 들어갈 수는 있겠지?
/
안 된다.
/
다음엔 당신들을 부르지 않겠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