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5일 월요일

배웅

동굴 속으로 들어갔던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클리셰에 대한 사랑. 늘 하는 생각이었지만, 나는 그 생각을 즐기고 있었다. 동굴 속으로 들어갔던 사람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나올 때까지, 꽃가게에서 기다리고 있어.” 무슨 의미로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른다. 그 사람과 나는 아는 사이였다. 나는 그 사람이 혹여나 나오지는 않았는지 하루에도 몇 번 꽃가게에 들렀다. 거기서 그 사람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 사람이 얼른 동굴 속에서 나오기를 바랐다. 꽃가게의 주인은 심드렁했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이따금씩 그의 가게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을 눈감아 주었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일은 내게 있어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나는 그 사람과 놀이동산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나는 놀이 기구를 잘 못타는 편이었고, 그 사람은 내게 무서운 놀이 기구들을 같이 타자고 말했다. 무서운 놀이 기구들을 탈 때마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그 사람은 안전 장치를 어깨 위에 걸친 채로 나를 보며 웃었다. 놀이 기구를 다 타고 난 후, 우리는 테마 파크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그 사람과 나는 아침 일찍 만나서 놀이공원에 갔다. 꽃가게의 주인은 그곳에 없었다.

꽃가게의 주인이 나를 배웅했고, 나는 곧 동굴 앞으로 되돌아갔다. 그곳은 우리 집이었다. 우리 집 안에는 한 사람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동굴의 입구가 있었다. 내가 이따금씩 보는 TV를 올려둔 찬장 아래에 그 입구가 있었다. 나는 그 입구 앞에 턱을 괴고 앉아 있는 일을 좋아했다. 왜냐하면, 그곳은 내가 들어가지 않을 입구였기 때문이다. 그 사람과 달리, 나는 입구 안으로 들어가는 일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 사람이 돌아온 건, 동굴 속으로 들어간 지 ※※쯤 지난 저녁의 일이었다. 그 사람이 걸친 웃옷에는 나뭇잎들이 붙어 있었다. 그 사람은 주웠다며 솔방울을 하나 내게 건넸다. “꽃가게에서 기다리지 않고 있었네.” 나는 돌아온 그 사람에게 작은 파이를 구워주었다. “이런 맛있는 음식을 내가 먹어도 될까?” 그 사람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이따금씩 꽃가게에 갔었어요. 왜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리라고 했었죠?” 나는 그렇게 말했다. “글쎄, 이젠 그렇게 상관은 없는 일이지.” 나는 미소를 입가에 그리고 있었다. “또 놀이공원에 갈래요?” “아니.” 그 사람은 그렇게 말했다. 현관으로 나가는 그 사람을 나는 배웅했다. “또 놀러 갈게요.” 나는 그 사람에게 그렇게 말했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