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8일 월요일

광인

광인이 의자 위에 앉아 있다. 고양이가 광인이 덮은 무릎 담요 위에 올라가 있다. 어린애 하나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우리 모두 같이 춤을 춰요.” 고양이가 무릎에서 달아나고. 옛날에 유행했던 가곡이 흘러나온다. 광인은 귀고리를 걸고 있다. 광인이 춤 동작을 할 때마다 귀고리가 반짝 빛난다.

어린애는 광인 옆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고양이는 음악 소리에 맞춰 몸을 흔든다. 춤출 줄 아는 고양이이다. 마치 옛날에 상연되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턱시도를 입은 고양이 같다. 고양이의 이름은 나비이고, 광인의 이름은 광인이다.

아이의 이름은 앨리스이다. 앨리스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 소절은 지금 나오는 음악 소리에 꼭 들어맞는다. “그렇게 되고 난 후로부터는 나는 사물들에 붙여진 이름들을 변호할 궁리를 했어요. 마을에서 나는 <물 긷는 소녀>였죠. 지금은 <앨리스>이고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들으면 도통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앨리스가 되기 전,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은 <구덩이>에 들어갔다 나온 일이고...

그 일을 각색해 내가 다니는 학원 연극제에서 연극을 상연했어요.”

“그 연극제 당일 나는 <사진 찍는 사람>이었고... 내 친구들은 나무와 별을 연기했죠. 그 사실을 넣어 이번 연극제의 홍보 문구를 작성하기도 했어요. 배경인 나무와 별, 내 친구들이 연극제가 상영되는 동안 정말 가만히, 가만히만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그 도중에, 꼭 저 고양이처럼 멋진 턱시도를 입은 남자가 몸에 와이어를 걸고 내려왔어요. 우리가 준비한 공연의 일부였죠. 우리는 그 사람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불렀어요. 그 이름은 꼭 들어맞았어요. 지금 나오고 있는 가곡의, 내가 부르고 있던 가사 소절처럼 그의 등장은 당연하고, 또 깜짝 놀랄 만큼... 죄송해요.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그래요,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은 <모순>이랍니다. 나는 <모순>이라고 불리고 싶지는 않지만 그것을 나는 지금 이야기하고 있어요. 나는 차라리 <이야기꾼>이 될래요. 그래요, 지금 당신이 걸고 있는 귀고리처럼. 어린애인 나는, 그런 사람이 지금 될래요. 광인이여. 내가 하는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어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고양이야, 너의 이름은 나비이고, 부르면은 곧잘 무릎 위에 올라오는 고양이란다.”

광인이 춤을 춘다.

“광인도 사물인가요. 광인의 이름은 광인 말고는 부를 이름이 없어 보여요.”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