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3일 금요일

사골 끓이기 왜케 힘듦

작성해야 하는 문서가 있는데 글이 안 풀려서 뻘글이나 쓴다. 문서 작성에 할당하는 시간이 10이라면 보통 9는 고통받으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다. 님은 로동을 통해 무엇을 생산하시는지? 에 저는 말하자면 창작의 고통을 생산하는디요 하여튼 그러고 있으면 사업주가 저한테 돈을 줍니다. 벌써부터 말문이 막혀가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구나. 이래서 글을 위한 글은 쓰면 안 된다. 님들 저가 뻘글만 쓰면서 헛소리만 주구장창 하는 것 같아도 실상은 그 뭐시기냐... 아디다스 뱅크입니다. 뻘글 하나 제작하기 위해서 불철주야 아이템 구상하고 농담 궁리하고. 님들은 아무것도 몰라!!!(흑흑) 예 뭐 그렇습니다... 나는 레퍼런스 딱딱하게 읊어대는 거 진짜 싫어하긴 하는데. 그럼에도 손에 아무것도 쥐지 않은 채로는 역시 잘 말하기 어렵다. 사무실에 쥘 만한 것이 뭐가 있겠는가. 일단 마우스가 있고요. 볼펜이 있고요. 업무수첩이 있습니다... 아이고 삭막해서 사람 못산다. 돌잡이 때부터 어른들이 뭐든 쥐어보라고 난리부르스를 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그런데 사실 레퍼런스 없이 제일 힘든 것이 바로 업무다. 선례 없는 업무가 떨어졌을 때 그 더러운 느낌 아시는 분들은 아실 텐데. 작년꺼 재작년꺼 찾아보고 아 다르고 어 다르고 하여튼 어?!! 해서 갖다바치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레거시가 하나도 없고 님한테 주어진 게 그저 hwp의 영롱한 <빈 문서 1>뿐이라고 생각해봅시다. 그야말로 사람 미치는 거예요. 그만큼 페이퍼워크에 있어서 레퍼런스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저가 전문용어로도 하나 만들어봤는데요. 네 글자로 컴팩트하게 절대참조...(절대적으로 참조하라는 깊은 뜻) 레거시라는 게 무슨 먼지 쌓인 구석탱이의 골동품이 아니라. 회계연도를 기점으로 자기갱신을 되풀이하는 영구 기관이나 마찬가지다. 사람은 그 과정에 끼어들어서 아 다르고 어 다르게만 손봐줍니다. 비유하자면 보고서님 네일아트 해주시는 분 정도밖에 안 돼요(네일아트 종사자분들 사랑합니다). 그런데 큰 틀에서는 동일하되 디테일만 살짝씩 바꿔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몇십 년째 똑같은 사골을 쓰고 있는데 매번 새로운 포인트를 주래요. 그래서 포인트 주면 예전 같은 맛이 안 난다고 화냅니다. 저보고 뭐 어쩌라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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