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6일 일요일

마포 공덕 같은 것

한쪽에는 BAR 오빠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BAR 나쁜 여자가 있다. 교차로의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건너편에 서 있으면 두 가게의 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이에는 마포 정대포가 있고 문어 골뱅이를 파는 안줏집이 있다. 잘 보이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소심해 보이는 Classic Bar 나는...도 있다. 이 간판들이 맞닿아 있는 상황이 꼭 간판들만의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이 앞으로 택시 여러 대가 지나간다. 고급 외제 승용차들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따릉이가 지나간다.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오자 사람들이 일제히 길을 건너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멀리서 구급차 소리가 다가온다. 흐름이 점점 얼어붙었다가 소리가 다 지나가자 다시 활발하게 풀린다. 이 속에서 함께 움직이다보니 드디어 나도 저쪽에 나를 놓고 오기라도 한 듯이 길을 다 건너버렸다. 다음에는 좀 더 늦은 밤에 와 봐야겠다. 안쪽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물론 들어갔다가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고 싶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