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9일 목요일

꽈배기책방

처음엔 그냥 평범한 출판사였다. 출판 사업이 잘 풀리지 않자 그럼 서점도 같이 하면 괜찮지 않겠느냐 하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출판사는 몇 %인데 서점은 몇 %를 떼 가고 어쩌고... 그릇된 해결 방안에 알맞게 상황은 두 배로 안 좋아졌다. 그러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동료 한 명이 알바 경험을 살려 커피를 팔기 시작했는데 거기서 반응이 왔다. 그런데 기왕 시작한 거 커피만 팔기는 아쉽지 않냐, 그러면 뭐가 좋냐, 꽈배기 어떠냐, 그러다 된 것이 ‘꽈배기책방’이다. 원래 출판사 이름이 뭐였는지는 기억도 안 난다. 그걸로 운이 트였는지 그 동네 흐름이 그랬는지 나름 지역 15대 이색 명물 축에 끼게 되었다. 이걸 읽고 행여나 커피나 꽈배기를 만만하게 생각하지는 않길 바란다. 여기엔 다 쓸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결정적으로는 건물이 대표 거였다. 개새끼... 여하간 그때까지 우린 여전히 책을 만들었고, 그걸 매대에 놓기도 했고, 커피와 꽈배기를 함께 팔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냐 싶겠지만 세상엔 그런 일도 있다(마법 같은 문장). 손님들이 꽈배기 먹던 손으로 들춰 본 책들은 당연히 팔 수 없었다. 그래도 뭐 어떤가? 어쨌건 들춰는 봤다는 게 기적이었다. 우리는 즐겁게, 책을 찢어 꽈배기 봉투를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꽈배기 판 돈으로 책 만드는’ 구조가 겨우 정착됐는데, 몇 달 전부터 대표 녀석이 이제 출판은 접겠다고 말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것도 이해하지 못할 거 없지. 우리는 집에서 가까워 좋은 이곳에, 최소한 지금 월급 그대로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붙어 있고자, 대표에게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다. 계간으로 꽈배기 전문지를 만들면 어떻겠느냐부터 해서...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이제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는 항상 그랬듯 『계간 꽈배기』에도 관심을 보였다. 계간 꽈배기라는 백지 위에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신이 나서 마구 펼쳐대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이렇게 또 한 번의 위기를 넘겼다. 대표가 즈란꽈배기를 팔자고 했을 땐 정말 쉽지 않았다... 우리가 이 다음 위기도 헤쳐낼 수 있길 바란다. 사실 지금도 꿈같고 믿을 수가 없다. 이것이 정말 우리가 겪고 있는 일이 맞는가? 아니면 꼬여버린 시간선 속에서 과거나 미래의 일을 당겨 겪는 건가?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