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9일 수요일

소각장 만든 날

소각장이 창고 뒤편에 생긴다. 무슨무슨 ‘장’이라거나, ‘생겼다’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다. 자투리 공터에 멀건 불벽돌로 삼면 벽을 별 마감도 없이 얕게 세워둔 것뿐이다. 쥐잡이 이사야를 위한 밥그릇도 이곳에 가져다 놓을 것이다. 그것은 양철 그릇이다. 내가 땡볕에 공구리를 갤 때부터 이사야는 옆에 와서 한참 보고 있었다. 그에게 캔 하나를 까주는 것으로, 여하간 소각장이 생겼다. 우리가 하지 않거나 못할 일, 누가 하거나 안 해도 상관이 없는 일들이 적혀 있는 무의미한 메모들이 이 소각장에 던져질 것이다. 그것들은 보는 사람도 없이 쌓이다가 매월 2일 태워진다. 1일은 월급날이고. 우리가 소각장에서 만나는 것은 연기가 오르는 것을 보기 위해서지. 이사야는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좋은 소리를 내면서 깡통 속의 물고기에 열중하고 있다. 시원해져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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