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학자들의 광증에는 전형이 있다. 보다 기이한 것을 찾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이 시작이며, 범박한 사물을 볼 때도 다른 박물학자들이 미처 찾지 못했을 특징을 알아내는 일에 집착하게 된다. 그 다음에는 발견하고 기록한 것들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종장에 가서는 그것들을 창조해낸 장본인이 자기라는 착각에 빠진다. 박물을, 만물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자신이라는 믿음. 자기 뇌에 갇힌 신이 되는 것이다.
나에게 이것은 진행중인 미래다. 미래는 일정하지 않은 속도와 중량을 가지고 도래한다.
박물학자의 광증을 이해하는 한 사람의 박물학자로서 나는 완전히 미치기 전에 기록해야 할 것들의 목록을 예비해 두었다. 목록은 물론 안전하게 은닉되어 있는데, 누구라도 그것을 보면 이 사람이 이미 미친 게 분명하다 생각할 것이 자명한 탓이다. (아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