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2일 화요일

삼일

하나 둘 셋, 당신이 숫자를 셀 때마다, 나는 이자를 계산했습니다.

우리가 모인 그날
여기서 제외된 사람들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꼬박 삼일이 되어서 호명이 끝났어요

우리가 모여 그 일에 대해 의논할 때
너는 그 말을 해선 안 되었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어젠

당신이 세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어젠
당신이 들은 것보다 더 많은 말들이 오갔습니다
어젠
우리가 주운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흘렸답니다
손끝에선
당신의
숨소리가 가지를

쳤어요 그리고 당신은

“우주 어딘가에는 불면의 밤이 모여 만들어진 행성이 있다지. 나는 새벽 내내 너에게 거짓말을 늘어 놓았지. 네 음성은 새벽 내내 나를 부수어 놓았지. 침대 아래 흩어진 나를 너는 신경도 쓰지 않았어”

새벽은 영원 근처에서 도려내지고, 아침이 그 자릴 채웠습니다

부서진 나는 하나씩 침대에서 일어나 너를 찾아갔다 흠뻑 젖은 나는 너를 안고 잔뜩 화난 나는 너를 안고 썩은 나는 너를 삼키고 아픈 나는 너를 해치고 너는 나를 달래고 너는 나를 달래고 나는 네게 사과하고 사과하고

“… 우주 어딘가에는 불면의 밤이 모여 만들어진 행성이 있다지. …”

너와 내가 위 아래로 줄줄 흐르는 영원의 근처에서 거짓말이 줄줄 흐르는 꼬박 삼일이 되어서야 모든 것이 끝나는

너는 그 말을 해선 안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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