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에 흰 수국을 보았다. 오는 길에도 같은 꽃을 보았다. 수국의 있음은 그림 같다. 흰 배경 속에 흰 점을 찍는, 하염없이 덧칠하는, 이제는 두께가 되어버린 반복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배경이 어두운, 그 속에서 수국은 빛나고 있다. 남의 집 울타리 사이로 자라고 있다. 삐져나온 수국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수국의 생활은 누구에게나 좋을 것 같다. 이 앞을 지나가는 누구에게나 수국은 이렇게 둥그렇고 이렇게 부드러운데, 수국이 조용히 일을 벌여서 나는 보이는 만큼만 본다. 보고 그냥 지나치는 건 괜찮은 일인가? 그러나 일을 하다가도 다른 생각이 떠오르면 그때 그 수국이다. 수국은 내가 제기하는 몇 가지 질문에 끝없이 답하는 것 같다. 울타리 사이로 보이는 희고 둥실한 것. 지금 그 수국이 지고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 역시 누구나 몰라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남의 집 앞에 서 있는 기분으로 어딘가에 나를 계속 멈춰 있게 만드는 미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