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3일 목요일

움직여 몸

평소 우리 신체의 움직임은 얼마나 제한적인가. 마지막으로 완전히 쪼그려 앉아본 적이 언제이고 허리를 뒤로 젖힌 적, 팔을 완전히 뻗어본 적은 언제인가. 하다못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 것은 언제가 마지막인가. 이곳에서 일하면 많은 신체적 움직임을 회복할 수 있다.

이곳에서 일하기로 했다면 그게 누구든 일단 매니저가 된다. 매니저는 육안소장의 보조격으로 하자를 순서대로 사진에 담는 게 기본 업무다. 그러나 그다지 우습게 볼 일은 못 된다.

육안소장은 크게 구역을 나누어 바닥, 천장, 벽의 하자를 잡는다. 숫자가 적힌 스티커에 내용을 적어 하자를 표시한다. 매니저는 숫자를 따라다니며 하자마다 멀리서 한 장, 가까이서 한 장의 사진을 찍는다. 멀리서 찍은 사진에는 위치가, 가까이서 찍은 사진에는 내용이 보이도록 한다. 가까이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언제나 노력이 필요하다.

1번 하자가 '바닥 타일 깨짐'이라면 처음에는 단순히 허리를 굽혀 사진을 찍으려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허리를 굽히는 행위는 허리 부담을 가중시켜 디스크를 부를 수 있다. 바닥에 있는 하자가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자세를 고안해야 한다. 스쿼트다. 허벅지 힘으로 바닥에 가까워지면 허리 부담이 줄어들고 하체 근력에 도움이 된다.

2번 하자는 '천장 오타공'이다. 천장에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구멍이 뚫려있다. 천장에 위치한 하자를 찍는 행위는 굽은등과 거북목에 탁월하다. 허리를 젖히고 팔을 뻗으면 요추가 신전되고 견갑골이 전인되면서 후면의 협력근들이 활성화된다. 뒷목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척추부터 이어진 뼈들이 견인되고 있지만 무리라는 뜻이다. 한 방에 해결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조금씩 자세를 바꿔나가며 조금씩 적응해가길 바란다.

3번 하자는 '벽 도배 파손'이다. 벽에 있는 하자는 앞서 바닥과 천장에 위치한 하자보다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저 몇 걸음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면 된다.  

별것 아닌 움직임들처럼 보여도, 개인적으로는, 복싱 체육관 삼 개월을 다닌 것보다 이곳에서 한 달을 일한 것이 체력 증진 및 신체 능력 향상에 더 큰 기여를 한다. (여담으로 한 쪽 무릎을 꿇을 때 자세를 잡고 무게를 지지하기 위해 오른쪽 발가락들은 무난히 접혔지만 왼쪽 발가락들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신경이 교착된 듯 왼쪽 발가락들이 매우 고통스러워 충격이 있었다. 이를 회복하는 데는 세 달이 넘게 걸렸다.)

물론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하면 되려 신체가 고장나지는 않는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실제로 나는 최근 몇 달 간 족저근막염으로 고생을 한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다. 반복되는 움직임 속에서 어딘가가 아파오기 시작한다면 자신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나 다름없다. 나의 족저근막염의 원인은 고관절 근육의 미사용 및 종아리 근육 과사용이다. 고관절을 사용하지 않고 다리를 움직이다보니 종아리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 수축하면서 족저근막염을 불러온 것이다. 고관절 운동을 병행하고 종아리 근육을 풀어주면서 족저근막염은 개선된다. 완치가 아닌 것은 아직 둔근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건강한 신체에는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한다. 특히 우울감과 무기력증, 미래에 대한 막막함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슬픔에 가까이 흘려보내는 사람이라면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해보길 추천한다. 노동이 인간을 해금시켜 준다는 감각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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