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7일 토요일

포병은 전쟁의 신이다: 심상정 (19년 9월 첫째 주)



답답한데 심상정 얘기나 하자. 이미 주요 정당 대표급들을 다 다뤘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시각을 추구하는 PIMPS에서는 정의당 대표 심상정을 다루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심상정이가 누구인가? 심상정이 좌파 생활을 갓 스물 무렵에 시작했다. 그 나이 때 좌파 시작한 녀석들이 백 명이라 치면은, 지금 심상정이만큼 잘나가는 좌파는 심상정 혼자뿐이다. 어떻게 거기까지 갔느냐, 잘난 놈 제끼고, 못난 놈 보내고, 배신하는 새끼들 다... 죽인 건 아니고 하여튼 그것이 심상정이다. 만약에 좌파 그만뒀으면? 예전에 김종인(aka KINGMAKER)이 심상정더러 거기서 그러지 말고 그냥 진작 민주당 가서 어쩌고 저쩌고 했으면... 그랬던 적도 있는데, 더 나갔으면 더 나갔지 덜 나가진 않았을 것이다. 여하간 심상정은 좌파라는 이야기, 그 뭐 무슨 참좌파까진 모르더라도, 어떻게 그가 좌파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심상정은 그냥 좌파도 아닌, 육분칠열된 이 나라의 한 줌 좌파 중 다수를 그나마 중재하고 대표 비슷하게라도 나설 수 있는 좌파다. 그것은 그가 여기와 저기 사이를 잇는 소통의 연결고리가 되는 그런 식이라기보다는, 그의 (좌파에게는 매우 드문 종류의 덕성인) 강력한 카리스마로 밀어붙이는 일에 더 가깝다. 야 너 그렇게 하지 마라고! 서로를 욕하며 말싸움만 하지 결과적으로 아무런 정치 행위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 앞으로 쑥 나와서는 어 그러면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할게! 하는 것이 심상정식 ‘중재’다. 양쪽 얘기를 들어보니까 결국 이렇게 해야 돼, 내가 하란 대로 해, 책임은 당연히 내가 진다. 내가 하자는 대로 하기 싫어? 그럼 빠져. 못 빠져? 그럼 내가 빠질게, 불만 없지? 있으면 빨리 말하고, 없어? 땅땅땅. 그렇게 어? 어어? 하면서 심상정이 하자는 대로 하거나, 아니면 심상정이 거길 나오는 결과로 마무리된다. 그렇게 구는데도 그의 주변에 사람들이 계속 모여 있다는 것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가 어떤 핵심적인 명분을 수호해 내고(또는 이어지는 사건과 정세의 결과가 그로부터 명분을 거둬가지 않고)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되는 일을 한다, 그런 걸 권력의지라고 불러도 좋을까?

개인적으로는 심상정이 나를 위해 뭘 해줄 수 있는지 따져야 하는 입장이지만, PIMPS에서는 내가 심상정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마침 조국 청문회 국면(이 얘길 아직까지 하고 있다니!)을 맞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심상정의 입을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그 건에 대해선 장고를 거쳐 드디어 내일 발표라는 걸 한다는데, 뭔 소리를 해도 욕먹는 게 분명(이 글이 읽힐 즈음에는 아마 욕을 먹고 있는 중이겠다)하니, 어차피 먹을 욕 그냥 하고 싶은 아무 얘기나 해라! 지금은 그런 시시한 일보다는 심상정을 위한 이미지메이킹 솔루션이 필요한 때다. 도대체 어떻게? 심상정을 어찌해야!??! ...침착해야 한다. 문제는 무엇인가? 정치인은 웃기면 안 된다고 누차 내가 말했는데, 일테면 심상정은 완전히 반대로 하고 있는 케이스다. 아예 보좌진이 나서서 그를 밈meme화하고 있다. 심블리, 내루미, 1초 김고은... 전부 보좌진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열심히 흘리는 얘기들이다. (아니면 도대체 누가 그러한 관심과 애정으로 그를 돌보겠나?) 물론 그러는 데에도 수긍할 만한 까닭은 있다. 만약 그냥 둔다면? 심상정의 위엄이 도를 넘어서 버릴 것이다! 경험치와 연륜과 슬픔이 쌓이며, 눈빛도 날카로워지고 속머리도 희끗희끗해지면서, 지금 그에게선 말이 안 되는 중후함이 나와 버리고 있는 실정. 오늘에 이르러선 어디 가서 굽실대는 심상정을 상상할 수가 없어져 버렸다. 이건 건방지다거나 안하무인이라거나 그런 차원이 아니다. 말하자면 심상정에겐 이제 윗사람이란 개념이 없다. 자세나 낯빛, 거동, 말하는 모습을 보면 그 풍격이 이미 대통령을 넘어섰다. 보통 정치인이 되어 보겠다면서 떠밀리듯 어찌저찌 나선 좌파들이 나이를 먹음에 따라 후배들이 어쩌고 젊은 세대가 어쩌고 하면서 약간 무책임하게 그냥 스리슬금 퇴장해 버리곤 하는데, 심상정의 권력의지는 그가 내외적으로 좌우적으로 받는 비판들에 비례하여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강렬하게 타오르는 듯 보인다. 차라리 그의 뜨거운 위엄을 부하들(미안합니다)의 조롱으로 겨우 억누르고 있다고나 할... 이건 유사한 다른 예를 찾기 어려운 기묘한 이미지다. 대처? 메르켈? 한심한 우파 녀석들! 심상정은 ‘그것’을 ‘해방’시켜야 한다. 이 경우는 시기의 선정만이 진정한 문제다. 즉, 그의 주변에서 펼쳐지고 있는, 그를 위한 모든 이미지메이킹이 중단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심상정은 날아오른다. 염색을 중단하는 것으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해라. 머리가 완전히 백발이 되는 때부터 이미지메이킹은 끝난다. ‘데스 노트’요? 노트 같은 건 필요 없다. DEATH뿐... 지금까지 역사에서 그 어떤 좌파 여성 정치인도 ‘대통령 너머’의 자리에 올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김여정이 아마도 최초가 되리란 전망도 있지만은, 이웃 나라에서의 일을 기다릴 이유가 있을까?

※추천 아이템: 통이 넓은 바지, 품이 넉넉하고 4개의 주머니와 5개의 단추(반드시 목 끝까지 채울 것)가 달린 윗옷(색은 노란색만 아니면 된다). 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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