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6일 월요일

명절 지나

이제 얼마나 됐지? 마당을 쓴 뒤 관리대장을 쓰다가 오랜만에 맨 앞장을 펼쳐 봤다. 창고가 열린 지는 3년이 되어 가고 있다. 쥐잡이가 보이지 않은 지는 6개월이나 7개월. 겨울 전엔 돌아올 것이다. 그끄저께 아침엔 개다리소반에 사과와 배, 밤, 송편을 올리고 향을 피웠다. 저번에 누가 내다 놓은 제기 더미를 뒤져 깨끗한 걸 추렸기 때문에. 없었으면 그렇게 차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송편은 그 전날 교정의 요정과 함께 빚었다. 반죽을 맡겼는데 형광 녹색이 되어 놓았다. 자기가 그렇게 여기저기 묻어나도 별 상관없다는 기색. 특별히 무슨 맛이 나는 것도 아니니 나도 별 상관없었다. 소는 콩. 요정이 한 개 먹어 보더니 자기는 앞으로 콩 송편 같은 건 안 먹을 거라 했다. 나도 한 개만 먹었다. 우리가 두 개를 만들었기 때문에. 송편의 송 자는 소나무 송 자다. 솔잎은 태풍에 쓰러진 담장 밖 소나무에서 따 온 것이었다. 그것은 이제부터 톱을 갖고 가서 치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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