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5일 금요일

트로이의 목마: 김여정 (19년 11월 셋째 주)



시간이 왜 이리 빠른지 모르겠다. 매주 연재를 다짐했건만 이제는 거의 월 단위로 늘어져 버렸다. 남한 최고의 정치혐오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나 자신의 정치혐오에 밀려 버렸기 때문? 정치 참 어렵다... 세어 보니 시즌1에는 총 11명을 다뤘다. 시즌2는 이 편으로 11명째다. 그러면 대충 타이밍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접을 타이밍... 마침 누가 어느 자리로 입각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온갖 썰들이 오가며 옥신각신, 다들 예민한 총선 페이즈로 돌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누굴 함부로 다루기(PIMPS는 그 누구도 함부로 다루지 않습니다)도 위험하다. 지금까지 엥간한 정치인들에게 다 솔루션을 줬다. 국내에서 남은 이를 꼽자면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정도인데, 그쪽은 어차피 알아서 열심히 하는 편이고, 안 그래도 너무 화약고라 세간의 너무 큰 관심은 부담스러운 PIMPS의 입장에서는 곤란하다. 이번 주 대상으로 고려해 본 다른 사람은 하태경과 오신환. 하지만 문재인도 나온 판국에 급도 안 맞을뿐더러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정도 안 가는 녀석들... 시즌2의 종료를 앞둔 시점, PIMPS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시야를 넓게 가져가면서, 북조선의 조선로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김여정(the 백두혈통)을 다룬다. 이쪽은 다른 의미에서 위험하긴 한데 문재인이 탄핵이라도 당하지 않는 이상, 뭐 별일 있겠나? 공안과의 자비를 빈다...

언제나 기적의 균형감각을 추구하는 PIMPS의 시선을 잡아끄는 차세대 정치인, 김여정은 비록 선출직은 아니지만 내 또래 중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잘나가고 있는 정치인이라 봐도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언제 둘이 한 번 만나도 좋겠다.) 작년, 김여정이 맵시 있는 차림새로 방한해 턱을 비스듬히 쳐들고 공항... 기차역... 서울... 청와대를 활보했던 일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 아니었던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좌우와 여남, 소노 모두의 관심이 약간 저속할 정도로 폭발해서는 사진을 마구 찍어 주고... 특히 정치로부터 대체로 자신들을 소외시킨 상태인 남한의 젊은이들에게, 그 장면들이 주는 느낌이란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다. 정치인은 좌우지간 인지도가 깡패다. 깡패로 치면 김여정은 세계구에서도 악명 높은 로켓맨(세계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금발 깡패에게 나이를 갖고 패드립을 쏟아부을 수 있는 최고 crazyguy)의 오른팔이자 친동생, 이웃 나라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고 그보다 먼 나라들에서도 알아주는 그런 깡패(참모형)다. 우리가, 각기 이천만-1억2천만-13억 이웃 나라의 무수한 정치인들 중 아는 이는 도대체 몇 명인가? 아마도 10명 내외일 것이고, 김여정은 거기에 껴 있다. 내 또래 우리의 하찮은 이름들 중 몇 개가 그렇겠나? 정치인이라는 직업을 떠나면 아이돌 정도밖엔 없을 것이다. 그런 김여정을 위한 솔루션이 필요한 까닭이 있다면?

정치인에게 있어 인지도가 대단한 자원인 것은 그들이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라는 방식으로 심판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김여정이 압도적인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그걸 사용할 일이 딱히 없다면? 이대로 오빠의 만년 비서로 머무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면? 과연 일각의 예측대로, 김여정은 쿠바에서와 유사하게 오빠로부터 징검다리 수평 승계를 받을 수 있을까? 김여정이 차차차..차차기 통일 반도의 대통령으로 밀어지고 있다고 하는, 어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느낌의 소문이 돌고 있는 실정은? 자, 김여정을 위한 전략은 예전에 다 짜 놓았다. 그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인 세 가지 요소를 쥐고 있다. 1) 혈통, 2) 명성, 3) 젊음. 이 셋을 장점으로 구부려야 한다. 상당히 급격한 민주화를 이룬 편인 남한, 북조선보다야 낫다지만 그래도 전근대를 아직 완전히는 벗어나지 못한 이 나라 정치판에서도 혈통은 당연히 중요하며, 혈통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있다. 특정 계층에는 아직 혈통이 어필하기 마련, 좋은 혈통이면 물론 좋지만 적의 혈통이라면 곤란, 그러므로 그의 혈통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첫째 솔루션은 탈북이다. 탈북한 김여정이 받게 될 어마어마한 세계적 관심, 악명을 명성으로 바꿀 다음 솔루션은 정치 유튜버 데뷔. 다이아 수저 내던지고 오빠한테 재떨이 집어 던지고 나왔다는 컨셉으로 이런저런 정견과 사견을 발표하며 남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자금을 마련한 뒤, 젊은 피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정무 경험을 내세워 안철수를 누르고 ‘제3세력’의 대표 얼굴로 나선 다음 김종인을 참모로 영입하면? 80년대생 기수와 80대 러닝메이트? 청년 정치 청년 정치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 한국 정치에 이보다 천벌 같은 청년 정치도 없을 것. 이거는 이 자체로 이미 대권 로드맵이다. 폭풍이 불어닥치는 예감? 목표는 통일? 판사님, 저는 이 문서를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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