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6일 수요일

기괴하고 엉뚱한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 그리고 그의 탄생에 관한 노트 ― “머리 수집가” 데마노르

데마노르는 적어도 800년 이상 살아온 인간 주술사다. 그는 지적 생명체의 머리를 수집하는 자이며, 오직 그 일에만 관심이 있다. 그는 관심이 있는 지적 생명체를 발견하면 목숨이 끊어지지 않는 주술을 건 뒤, 머리를 잘라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둔다. 그는 그 머리를 자신의 집에 진열한다.

바깥에서 보면 그의 집은 여러 시대를 상징하는 건축 양식으로 만든 여러 건물들을 ‘어울리지 않게’ 마구 쌓아 올린 탑처럼 생겼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제대로 된 바닥 따위는 없고, 구불구불 휘어진 기나긴 계단이 지하 밑바닥까지 이어진다. 그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그 집의 주인이 800년 동안 수집한 머리들이 내지르는 아우성을 들을 수 있다. 머리들의 종류는 다양하다. 어떤 머리는 왕관을 쓰고 있고, 잘 다듬은 수염에서도 기품이 느껴진다. 밀짚모자를 쓴 어떤 머리는 뙤약볕에 오래 노출된 듯 새카맣게 탄 얼굴이다. 눈 감은 어떤 머리는 미사보를 쓰고 있다. 또 어떤 머리는 새의 깃털로 만든 관을 쓰고 있다. 이처럼 인종, 성별, 노소, 언어, 귀천, 그가 ‘진짜로 살았던’ 시대 등이 저마다 다른 얼굴들이 한목소리로 절규하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주술사가 살아 있는 머리를 모으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는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 이야기를, 그 유일한 인생을 살아 있는 오브제로서 가지고 싶어 한다. 때문에 데마노르는 어떤 머리와의 대화가 지루해지면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까지 그것을 벽장에 두고, 새로운 이야기-인생을 들려줄 머리를 찾아 집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산 채로.

그는 리치가 아니지만 새 육체에 자신의 영혼을 담는 법을 알고 있어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으며,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육체를 전전해왔다. 현재 그의 육체는 말라 비틀어진 노파의 형상을 하고 있다. 그는 곧 새 육체로 ‘이사해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그는 당대의 이름 높은 악인의 육체만을 원하는데, 이는 그런 자의 육체만이 자신의 영혼을 담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오래 살아온 탓에 여러 국가의 언어와 여러 시대의 성조, 뉘앙스 등을 사용한다. 당대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고어 혹은 사투리로 들릴 것이다.




*노트

지난 티알피지 세션에서 즉흥적으로 등장한 인물이다. 나는 그에 관해 말하며 온종일 유튜브만 보는 사람을 생각했다. 그는 순수한 개인적인 악인이다. 그의 관심을 끌지 않거나 심기를 불편하게만 하지 않으면 그와 마찰을 빚을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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