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9일 금요일

북벌을 앞두고 눈물이 앞을 가려: 박지원 (17년 9월 다섯째 주)



금귀월래! DJ의 영원한 비서실장, 정치9단, 여우, 능구렁이, 상왕, #Mokpo의 박지원이다. 개새끼들아, 만주당을 살, 주면 마시고 실수하고 그러면 죽고 그러면서도... 바로 그 박지원을 나는 좋아한다. 친가 쪽 아재들이 그를 개눈깔이라고 부를 때부터 그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그는 내가 구독하고 있는 유일한 보수정치인이다. 그는 말도 잘하고 목소리도 좋고 SNS도 잘 쓴다. 다른 어떤 정치인과도 겹치지 않는 독보적인 캐릭터,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그에게는 있다. 그는 어떤 층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내세우지 않는다. ‘대중’이 자신에게 이입하게 만드는 종류의 정치인이 아닌 것이다. 그는 저스트 정치인, 프로 정치인이다. 이런 사람은 여기저기서 허벌나게 치욕적 비난을 받기는 해도 꼭 필요한 사람이다. 안철수가 대표직을 접수한 국민당의 행보가 중요해지는 이 순간, 박지원은 뭘 어떻게 할 것인지에도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박지원은 뭘 하고 있는가? 나는 그가 늙어 보이지 않기 위해 들이고 있는 피나는 노력을 알고 있다. 운동도 하고 염색도 하고 자세 꼿꼿이 하고 페북 트위터 하고 목포까지 매주 다니고 잘한 건 잘했다 박수를 치고 그물을 치고... 하여튼 그는 여러 가지로 활발하게 하고 있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그토록 열심인 것은 아마도, 당의 허리에 도대체 멕아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애석한 일이다. 내가 보기에는 반대로 해야 한다. 박지원은 이 순간 노회한 권모가의 이미지를 끝까지 밀어붙여서 당내 연령 폭을 더 깊어 보이게 만들 필요가 있다. 탈색이라도 해서 머리를 희게 함이 맨 처음이다. 노인적인 액세서리도 들자. DJ는 지팡이였는데 지원은 부채 같은 것이 좋겠다. 기품 있는 깃털 부채. 그까짓 의안도 빼 버리고 차라리 안대를 하자. 멋진 것, ‘615’ 같은 자수가 놓인 것으로. 이제 더 이상 누군가의 측근 위치를 고수할 게 아니다. 미애와도 화해를 하고 금귀는 이제 그만두자. 영원한 건 없다! 서울에 딱 누울 자리를 어디 뭐 서교동 같은 데로 잡자. 다음은 후계자다. 아직 늦지 않았다. 영선도 동영도 정배도 동철도 철수도, 그 어떤 기타 등등도 아닌, 특히 철수가 아닌! 최대한 주인공처럼 생기고 주인공 같은 이름의 후계자를 뒤에 남기고 출사표를 던져 평양 특사를 가면 모두 좋을 것이다. 아아 슬프다, 얼마나 슬프고 애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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