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해지고 싶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셨다
카페에 왔다
카페는 조용하지 않다
엄마가 폐렴에 걸렸다 입원하면 좋은데
병실이 없어서 입원이 안 된다고 한다
엄마는 내일 엠알아이 일정이 예약되어 있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엠알아이를 찍어도 될지 걱정이다 엠알아이를 찍으면 30분 동안 통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같은 자세로
엄마는 그것을 두려워한다
엄마가 두려워해서 나도 두렵다 엠알아이가 씨티보다 안전하다고 하는데도 두렵다 두려워서 뭔가를 쓴다 커피를 마시고 커피를 마신다고 두려움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조용한 곳에 가고 싶다 모든 것이 차단된 곳 사람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들리지 않는 곳 문이 아주 두꺼웠으면 좋겠다 두꺼운 문을 쾅 닫고
사람들이 없는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보고 싶다 어릴 때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티브이를 좋아해서 티브이가 백 개쯤 있는 방 안에서 카드캡터 체리만 주구장창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할머니가 되어도 카드캡터 체리를 좋아할 줄 알았는데
성인이 된 이후 아니
중학생이 된 이후 나는 카드캡터 체리를 본 적이 없다 나는 좋아했던 만화 영화들을 더는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아니 좋아해도 그것을 다시 보지는 않게 되었다 사람 한 명을 만나는 일이 정말 영화를 보는 일이나 좋아하는 책을 읽는 일과 유사할까?
한 사람과 어떤 지점까지 관계를 지속하면 정말 책을 다 읽은 기분이 될까? 조용한 곳에 가고 싶다
사람들이 말을 그만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말만 주고받을 순 없을까 그럴 순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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