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구멍 난 것을 보면 기쁘다 한 번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 것은 문득 주머니 속에서 있고
세상을 나누는 척도처럼
당신은 아주 구멍도 많다
예쁘게 뚫려 있기도 하다
모든 것이 잘 보이는 세상은 어쩐지 내가 사라져야 할 풍경 같아
우리는 증오 없는 세상의 일부 같았다 다만 더 많은 결함이 계속해서 태어날 뿐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는 일은 뜻을 모르는 모국어를 듣는 것처럼 따듯하고
그렇게 나와 같은 몸을 사랑하고
신호등처럼 껴안고
옷처럼 당신을 뺏어 입는 일을 하고
그러다 우리를 들여다보았는데
당신의 많은 것이 없었고
나의 더 많은 것들이 없었다
금이 간 단추 하나가 나에게로 굴러올 때
나는 쓰러지는 기타리스트처럼 몸을 숙이며 시끄러워진다
점점 더 좁아지는 사람들의 틈
그사이에 어떻게 끼어있을 수 있을까
생략하고 무시한 나의 목록이
점점 늘어났다
깔끔하고 빈틈 하나 없는
거대한 이름처럼
구멍이 꿈속으로 들어왔으면 하는 밤
모든 것이 잘 보이는 꿈은 무섭다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이 있는 게 좋고 막혀 있는 것은 싫다 붉고 흐릿한 것을 따라가다 보니 내가 망쳐놓은 당신의 어깨에 닿는다
죽은 선인장처럼 그저 말랑하기만 할 뿐인 당신의 어깨 나는 그 어깨에 동굴을 하나 뚫어놓고 잠들고 싶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녹지 않는 딱딱한 악몽처럼
눈을 떴을 때 당신이 내 몸을 빈틈없이 덮고 있어서 나는 내 몸에 구멍이라도 난 줄 알았다 그저 모른 척을 하거나 욕할 수도 있었지만 숨을 헐떡이며 나를 따라온 구멍을 보면 손을 잡아주고 싶다
당신의 손은 크고 부드럽네요 내 흠집을 열어주시겠어요
당신이 나를 펼치고 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모든 이름을 간직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