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0일 목요일

초월일기 6

 

정말 그냥 일기를 써보려고... 요즘에는 일기를 너무 안 쓰거나, 혼자만 볼 수 있게 쓰는데, 그러니까 뭐랄까... 관심을 갈망하는 마음이 좀 사라진 것 같기 때문이다. 관심을 갈망하는 마음... 줄여서 <관종력>이 사라지는 것은 좋은 일이면서 나쁜 일인 것 같다. 관종일 때는 어쩐지 관종이 별로 좋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데, 사실 관종일 때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이랄까, 생각이랄까 할 수 있는 말들이 있으니까...... 그런데 난 요즘 너무 관종력이 바닥을 치고 있어서 무슨 말을 해도 신경이 너무 많이 쓰인다. 쓰고 보니까 오히려 관종력이 더 늘어난 것 같기도 하네. 


요즘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오 

피곤하다 


인 것 같다. 피곤해 피곤해. 이렇게 피곤할 수가 있는 거야? 같은 말을 하고 또 하고, 카페인에 의존하고 카페인에 의존하니까 더 피곤해지는 것 같다.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가 좋아지기를 반복하는데, 지금은 좋다. 음악을 듣고 있어서..... 음악은 정말 아주 빠르게...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것 같다. 음악만이 유일한 마약? 이런 거 이해함... 이해한다......


음...... 할 말이 없군 

난 더는 다른 사람들을 웃기고 싶거나 즐겁게 해주지 않은 걸지도 몰라.


무언가 가라앉는 느낌

계속 말이 더 없어지는 느낌 


물성이 중요하지 않게 느껴지고...... 그냥... 누워있고 싶고 관념들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네. 내가 쓰는 시나 소설이 좀 변한 것 같아. 그런데 이게 20대 초반의 어떤 텐션이랑은 좀 비슷한 것 같다. 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일까. 학교라는 규칙적인 공간이 나를 바꾸고 있는 걸까, 아니면 평가라는 시스템이 나를 바꾸고 있는 걸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죠? 


곡물창고 너무 좋다... 여기에 쓰면 

별로 보는 사람이 없고

누가 보는지도 모르겠고 

일단 지인들이 안 보는 것 같아서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음. 블로그에 팔로워 별로 없었을 때 아무 말이나 쓰던 일기장 같다.


일기는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고 생각할 때 제일 편하게 쓸 수 있는 것 같다. 일기가 좋아. 일기는 정말... 아무렇게나 써도 되잖아. 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네. 오... 너무 피곤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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