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2일 토요일

열차와 아이들

열차가 가라앉고 있다. 그 안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다. 어떤 경위로 열차가 가라앉고 있는 것인지, 그게 진짜이긴 한지가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런 열차의 죽음, 12량 정도의 수압으로 인한 폐쇄가 조금 안온해 보인다. 열차에 들어간 강철 등이 점진적인 손실이 되고 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열차에 따개비들이 붙을 것이고 해초들이 자라나 덮을 것이다. 열차 안에서 바다거북이가 몸을 숨기고 누워 있을 수도 있다. 근처의 생태계가 열차의 침몰 때문에 조금 변화한다. 바다 아래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 또한 있을 수 있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뭔가가 바뀌었긴 하나 못 받아들일 정도는 아닌. 동물들은 그런 변화를 잘 받아들인다. 별 생각 없이. 자연에는 그런 비정상적인 일들이 가끔 일어나고 열차의 좌석에는 승객들이 급하게 내리다가 두고 간 소지품들이 꽤 있을 수 있다. 거기까지 잠수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다이버들의 몫이 될 수도 있다. 여기는 수심 60m이고 오전 6시가 되면 동쪽의 바다 천장에서 햇볕이 비추기 시작하는데, 그 시간 즈음이 되면 대규모의 정어리 떼가 체온의 상승을 위해 바다 표면까지 접근해 햇볕을 받는다. 해안가에는 벌써부터 일어난 인간들이 선크림을 바르고 그 햇빛 아래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다. 혹은 서성거린다. 여기는 해안으로부터 멀지 않고 근처에는 섬이 있다. 그 섬도 해안에서 멀지 않다. 따라서 보트를 타고 그곳까지 나아갈 수 있다. 섬에 사는 사람들은 사면으로 펼쳐진 바다 안쪽에서 식량이나 주거 자원 등을 구비해놓는다. 일하기 좋은 이상적인 시간대는 오전 10시경, 혹은 오후 4시경이다. 바다에 인접한 지역은 그만큼 햇빛이 강렬하다. 가라앉은 열차는 아무도 그 때문에 슬퍼하거나 하진 않는 듯하다. 그것을 인양하여 거기 들어간 광물 자원을(이제 열차라는 용도로는 못 쓰게 되었다) 재사용하자는 말도 안 나오고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 열차는 사람들의 뇌리에 처음부터 깊이 박히지도 않았고, 이내 잊혀졌다. 원한다면 그 날짜의 짤막한 기사를 열람할 수 있다. 이것이 한 열차의 운명이라면 그것도 받아들여 볼 만한 것이리라. 가라앉기 전에 모두 하차하여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점이 다행이고, 그러한 탈출이, 혹은 열차의 존재였던 것이 실제 있었던 일인지는 역시 의심스러우나, 찬성과 반대 등의 중간 과정을 생략하는 듯이 저 아래에서 이미 해초들로 뒤덮여 있는 열차는 보란 듯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몸이 이완된다. 왜냐하면 열차는 말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침묵과 존재의 몰락은 어딘가 비슷한 데가 있다. 다른 세계에 이 열차가 초대된다. 열차는 초대에 응한다. 다른 세계로 떨어진 아이들 앞에 해초와 따개비 등에 뒤덮인 열차가 떡하니 있다. 갑자기 나타난 해안의 열차 몇 량. 열차가 말을 걸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들어와서 쉬라고. 마찬가지로 그곳도 해안이고 신기한 식생들이 여럿 있는데 아이들로서는 알아차리기 어렵다. 열차로서도 모험을 동경했고, 아이들의 경우 지금 당장 쉴 곳이 필요했다. 아이들은 열차 안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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