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8일 금요일

초월일기 7

 

요즘엔 뭘 쓰려고 하면 불안하다 

줄타기를 시작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조금만 잘못 타도 떨어질 것 같고 떨어지면 아플 것 같다

사람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될 것 같고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보여줘야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시시껄렁한 말이 될까 봐 말을 아예 못하고 있는 것 같고 

말을 아예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재미가 없는 것 같다 쓰는 재미가 

예전에는 내가 말하면 뻔한 말도 안 뻔하다는 확신 내지 자신 같은 게 있었는데 지금은 

오글거릴 것 같고 

유치할 것 같고 

그런 취급을 받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에 주춤하게 된다 멈칫하게 되고 

그러다 완성한 글은 

나 이런 거 할 수 있다 어때 넌 할 수 없지 이런 것에 치중해서 쓴 글 같고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글은 보여주기만을 위해 신경 쓴 글 증명을 위한 글은 내 마음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나는 감동하지 못하고 나는 감동하지 못했기 때문에 좌절하는 느낌 우울한 느낌 슬프고 피곤하고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감을 느낀다 


그렇다고 이런 마음을 어디에 말할 수 있는가 

하면 

절대 그럴 수가 없는 것이고 

그래선 안 되는 것이고 


뭐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이지 계속 빙글빙글 돌면서 왜 이렇게 됐지 생각한다 이런 말을 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이런 말을 내가 하고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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