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5일 목요일

초월일기 8

 

방금 전

엄청나게 감동적인 휴먼다큐를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암으로 떠나보낸 뒤에도 계속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나오는 다큐였다. 다큐에 나온 그 사람은, 앞으로도 다른 사람을 만날 생각은 없다며, 선녀의 날개가 바위를 스치는 일은 생에 한 번이면 족하다고 말했다. 생에 한 번뿐이라 해도 충분한 것, 그것이 사랑일까?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다 헤어지고 지금은 친구로 잘 지내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과 처음 헤어졌을 때는 나도 이런 기분이었던 것 같다. 난 너무 좋은 사랑을 했고, 얘보다 내가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사랑하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어쩌면 또 사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있지도 않을까, 생각하는데 이건 내가 이 사람과 완전히 헤어지지 않았기 때문일까?

최근에는 친구랑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어째서 우리는 뭔가와 헤어지는 데 그토록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 걸까, 물었지만 나는 헤어지는 데 쏟는 시간들은 항상 짧게만 느껴진다 내 생각에 정말 소중하게 여겼던 뭔가와 헤어진다는 건 내 평생의 시간을 쏟아도 불가능해야 하는 건데, 

생각보다 그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자주 잊는다 내가 소중히 여겼던 것에 대해 

잊지 않기 위해 그렇게 애를 썼는데도 잊어버렸어 왜일까

그런데 내가 정말 잊었을까?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