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2일 월요일

갑자기 같은 것

이 작은 웅덩이는 별것이 아닌데 그가 매일 들여다보고 있어 나도 가끔은 보고 싶어진다. 보고 있으면 둔하게 일렁이거나 한없이 검은 웅덩이인데 말하자면 그가 자신의 일부를 흘려 이 웅덩이를 만든 것이라 나로선 차마 보지 않을 수 없다.
웅덩이의 일부는 어느새 내 발밑까지 흘러와 있으며 흘러와 자주 고여 있다. 이제는 거의 차오른다고 말해야 할 것 같고 결국은 나도 웅덩이를 건너고자 목이 긴 신발을 신어야 할 것 같다. 다짐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나는 이미 다짐하고 있다.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나는 그를 보았다. 그는 긴 막대를 들어 웅덩이 앞을 막고 있었다. 어떤 계기라 할 것도 없이 나는 그에게 준비됐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가 막대를 올리자 나는 뛰어들었고. 등 뒤로 웅덩이는 생각보다 깊을 거라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로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가늠이 안 되는 웅덩이 속으로 어깨에 바위를 진 채였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