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9일 월요일

14






중세에 유명한 한 문학가는 자신을 등산가라고 소개한다. 등산을 취미화한 최초의 인물이라고, 역사가는 쓴다. 그는 집 근처에 있는 뒷산을 자주 오른다. 정상까지 가는 데 딱 30분이 걸리는, 왕복으로 1시간. 점심 먹기 전에 잠시 들렀다 오기 좋은 산이다. 그는 아침을 많이 먹는 편이고, 점심 시간까지 소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화가 되지 않는 그 시간에 그는 A를 향한 사랑의 시를 쓴다. A는 그와 짧은 연애 후 헤어진 연인으로, 사실 A는 그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연애 기간 동안 A는 그가 출간한 시를 읽었고, 그 시에 나온 대상이 자신인 것 같은 불쾌감, 하얀 속살이니 부드러운 살결이니 하는 단어에 소름이 끼쳤고 다음 날 이별을 통보했다. 하지만 그로서는 그것이 잘 이해되지 않았고, 그녀를 찬미한 것일 뿐인데. 아무튼 그는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고통과 그녀를 잃은 고통을 바꿔치기 하며, 이제 이별에 관해서 쓴다. A는 이별 후에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른 도시로 가버렸다. 그녀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심정을 설명했지만, 그것이 우리의 가난보다 큰 문제냐고 되물었다. 그들은 그녀가 목장에서 계속 일을 해 집안에 보탬이 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녀는 싫다고 했다. 그녀는 목장이 적성에 맞지 않으며,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힘들다고, 또 목장 근처에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자주 오는 공원이 하나 있는데, 그들이 그 공원에 서서 목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게, 다른 동료들은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지만 그녀는 그게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가족들이 자신을 이해하든 말든 그녀는 다른 도시로 갈 것이고 어디로 갈 것인지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게 또 소문이 날 테니까. 그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알려지지 않았다. 나중에 발견된 그녀의 동료의 일기에서 그녀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그것이 그녀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걔는 가족도 집도 다 버리고 여기로 와서, 우리 동네의 방언을 배우고 있다. 그녀는 당연히 여기 오래 산 우리보다 말하는 것이 서툴다. 동네 사람들은 그녀가 여기 온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나도 그렇다. 그녀는 이 동네 목장에서 일한다. 예전에 목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했다. 굳이 자기 동네에서 하던 목장 일을 하러 여기까지 온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동네 사람들은 말한다. 사실 나도 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그녀는 내 동료이기 때문에, 보란 듯이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나는 그녀 앞에서는 가장 친한 동료이지만, 한편으로는 동네 사람들과 같은 생각이다. 나는 이 마음 때문에 괴롭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