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4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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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카페 앞에는 작은 테라스가 있고 지금은 그늘이 져 있다. 그늘 아래서 커피를 마시는 커플이 보인다. 그들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고 무언가 대화 중이다. 마침 누군가, 그는 등이 약간 굽어 있고, 그가 다가오자 그들은 그를 뚫어져라 보기 시작한다. 그는 그들의 눈을 피하며, 어디를 보는지 모를 곳을 보며,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그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그의 등이 굽었네, 자세가 나쁘네 하는 얘기들을 주고 받는다. 또 그가 허세가 있어 보인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내 눈엔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그들이 허세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별로 자신에게 해가 될 것이 없는 사람들을 헐뜯으면서. 별로 자기에게 해가 될 것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 쓰면서. 그냥 재미로. 그는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을 쓴다. 자기의 친구나 아는 사람들을 비꼬면서.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고, 그 영감을 준 친구들과는 친하게 지내면서. 관찰하면서.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그의 친구인데도 그는 나에 대해 쓰지 않는다. 그건 그가 나에 대해 쓰면 내가 알아차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소설에 나온 어떤 사람을, 너무 비꼬아서 본인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한 어떤 인물을 알고 있다. 그는 눈치를 너무 많이 보다가 결국 자기 눈을 파버리는 인물로 나왔다. 눈을 팠는데도 눈치를 보는 인물. 그건 웃길 수도 있지만 나는 웃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당사자가 그걸 알아차리면 상처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 본인이 자기가 눈치 보는 걸 농담 삼아 얘기 했었다면 그건 웃긴 이야기일 수도 있다. 아무튼 그가 아직 그 눈치 보는 일에 대해 극복하지 못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그게 극복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것과 그냥 평생 살아야 하는 관계가 되었을 것이고 그게 또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게 그의 인생의 동반자다. 그는 시선을 자주 피한다. 시간을 피하다 보면 어지러울 때가 있다. 그의 온몸이 긴장하고, 누군가 마주 오면 우선 밤새 쌓인 눈부터 피한다. 그는 세상의 종말을 떠올린다. 세상의 종말에 비하면 그런 눈 굴리기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아무것도 아니지가 않다. 그는 집에서 라면 먹을 생각을 한다. 오랜만에 먹는 라면이다. 어제 냄새를 맡은 이후로 그 냄새가 떠나가지 않는다. 그는 갑자기 모르는 사람 앞에서 웃는다. 상대방은 그게 자기 때문에 웃는 것인 줄 알고 기분이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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