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3일 수요일

열하나

 




아침이다. 그냥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5시 25분이었다. 그냥 갑자기 눈이 떠졌다. 어제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서. 그냥 가만히 누워서 앞집에 사는 사람이 소리 지르며 통화하는 걸 듣고. 하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아듣지 못했고. 햇빛이 있었다 없었다 했는데 그냥 그걸 보면서. 잠이 들었다 깼다를 반복하면서. 그래도 잠깐 일어나 점심은 먹고 저녁은 안 먹었다. 저녁에는 정말 누워만 있었다. 배가 고픈 것보다 무기력한 게 더 커서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누워 있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든 것 같다. 꿈을 많이 꾼 것 같다. 그런데 기억은 안 난다. 이 집을 이 주 정도 비웠었다. 어제 나에게 분명 이득일 것 같은 일을 갑자기 취소하고, 왜냐하면 그 일을 하기가 싫었기 때문에. 그걸 그냥 받아들였다면 그냥 괜찮지 않았을까. 그냥 해도 됐을 거 같은데. 나한테 좋을 일이었다. 그 일을 하면서 일상적인 느낌을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고,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일이 끝나면 집에 가서 맛있는 걸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행복해 할 수도 있고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그 일이 하기가 싫다. 왠지는 모르겠는데 이미 마음이 떠났다. 그냥 일이 끝나면 집에 가서 맛있는 걸 먹으며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도. 그 일이 하기 싫은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다. 그 사람은 융통성 없이 삼십 년 넘는 시간을 살아왔다. 너무 고집이 세고 융통성이 없고 또 그에 적절한 논리가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의 결정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그의 삶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이해를 해보려고 하면 일부러 그걸 거부하려는 듯이 자신의 논리를 바꾼다. 그는 그렇게 살았고, 또 살아갈 생각인 듯하다. 그 사람과 함께 사는 나로서는 그게 너무 피곤하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