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다. 그냥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5시 25분이었다. 그냥 갑자기 눈이 떠졌다. 어제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서. 그냥 가만히 누워서 앞집에 사는 사람이 소리 지르며 통화하는 걸 듣고. 하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아듣지 못했고. 햇빛이 있었다 없었다 했는데 그냥 그걸 보면서. 잠이 들었다 깼다를 반복하면서. 그래도 잠깐 일어나 점심은 먹고 저녁은 안 먹었다. 저녁에는 정말 누워만 있었다. 배가 고픈 것보다 무기력한 게 더 커서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누워 있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든 것 같다. 꿈을 많이 꾼 것 같다. 그런데 기억은 안 난다. 이 집을 이 주 정도 비웠었다. 어제 나에게 분명 이득일 것 같은 일을 갑자기 취소하고, 왜냐하면 그 일을 하기가 싫었기 때문에. 그걸 그냥 받아들였다면 그냥 괜찮지 않았을까. 그냥 해도 됐을 거 같은데. 나한테 좋을 일이었다. 그 일을 하면서 일상적인 느낌을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고,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일이 끝나면 집에 가서 맛있는 걸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행복해 할 수도 있고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그 일이 하기가 싫다. 왠지는 모르겠는데 이미 마음이 떠났다. 그냥 일이 끝나면 집에 가서 맛있는 걸 먹으며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도. 그 일이 하기 싫은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다. 그 사람은 융통성 없이 삼십 년 넘는 시간을 살아왔다. 너무 고집이 세고 융통성이 없고 또 그에 적절한 논리가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의 결정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그의 삶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이해를 해보려고 하면 일부러 그걸 거부하려는 듯이 자신의 논리를 바꾼다. 그는 그렇게 살았고, 또 살아갈 생각인 듯하다. 그 사람과 함께 사는 나로서는 그게 너무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