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9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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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간이 나면 뭔가를 쓴다. 시간을 내서 쓸 때도 있다. 그가 쓰는 것은 역사에 대한 재해석이다. 실존 인물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다. 그는 직업상 하루에 많은 사람을 만난다. 역사책에 나오는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도 많다. 그는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판매한다. 그는 오늘 만난 사람에 대해 이렇게 해석한다. 


그는 대화를 하며 웃다가 갑자기 초점을 잃어버린다. 갑자기 자신이 누군지 잊어버린 듯하다. 내가 왜 여기 있고 이 사람들과 웃고 있는지 완전히 잊어버린 사람 같다. 그는 그 상태로 마치 아직 여기 있는 사람처럼 웃는다. 하지만 웃음만 있고 사람은 없다. 그는 다시 그로 돌아오지 못한다. 나는 갑자기 그에게 물건을 팔려고 했던 계획을 취소하고 그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는 내 태도에 당황하지만 나는 그것이 한편의 연극인 것을 안다. 


그는 물건을 팔지 못하고 돌아온다. 다행히 그는 프리랜서다. 안 팔면 그만이다. 밥을 조금 덜 먹으면 그만이다. 안 사면 그만이다. 그게 뭐든지 소비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사실 굳이 뭔가 살 필요는 없다. 그가 수입이 적지만 프리랜서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소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고 보니 그는 물건을 파는 직업을 가졌다.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지우고 다시 써야 하나? 아니다. 그럴 수 있다. 그는 언젠가 나에 대해 이런 글을 썼다.


그는 긴 여행을 떠날 거라면서 짐을 싸고 있다. 그는 가방에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넣을지 매우 치밀하게 계산한다. 그가 행동하기 전에 그의 머릿속에는 가방 속에 어떤 순서로 무엇을 넣을지 모두 계산되어 있다. 하지만 그는 수학을 잘했던 적이 없다. 그가 수학을 했다면 매우 잘했을 수 있지만, 그는 자신이 수학을 잘 못할 거라는 잘못된 계산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수학처럼 모든 게 명확한 세계를 거부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자신은 매우 계산적이다. 나는 세상에서 그렇게 계산적인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그는 수학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 자신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말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는 나에 대해 쓰고 있지만 그건 나와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나에 대해 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그런 식으로 한 권의 역사책을 썼고, 이미 방대한 분량이라고 한다. 그가 팔러 다니는 것은 바로 그 책인데, 아직 한 권도 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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