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0일 토요일

초월일기 16

 

다시 일기를 매일 쓰고 있다

친구가 명상을 알려줘서 명상에 흥미가 생겼는데 명상을 하려고 하다 보니 명상과 일기 쓰기가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기 쓰기는 명상만큼의 파급력이 있다 그 친구는 명상을 하면 달라질 거라고 말했고 명상이 주는 쾌락이 너무 커서 술도 끊었다고 했다 내게 일기가 주는 쾌락도 그와 맞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명상의 핵심은 <지금>에 집중하는 것이다 일기의 핵심 역시 마찬가지다 명상은 <지금>에 집중하되 생각이 아니라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지만 <일기>는 생각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일기를 쓸 때는 내가 하는 생각들을 실시간으로 언어화시키려는 시도가 일어난다 

나는 최근에 <말>을 좀 기피하게 되었고 왜냐면

말을 하고 있는 내가 너무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고

난 떳떳하지 못한 말을 할 바엔 그러니까 거짓말을 할 바엔 안 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떳떳하지 못한 상태로 말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고 있는 것도 같다 그러다 떳떳해지면 되지 않겠냐고 

그리고 이 생각은 놀랍게도 내가 2년 전에 쓴 일기를 읽다가 하게 된 생각이다 그때 내가 나를 너무 잘 설득시켜놔서, 지금의 나 역시도 그때의 내게 설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기를 쓸 때 가장 먼저 설득하게 되는 대상은 나 자신인 것 같다 나는 그게 때때로 합리화처럼 여겨지고 그래서 가끔은 모든 일기가 역겹다 그런데 그 설득이, 어떤 순간에는 굉장한 애정처럼 느껴지고 강한 힘처럼 여겨진다

결국 사랑이 중요하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