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을 치고 싶다는 이유로 동네 상가 피아노 학원에 등록한 나의 이야기다. 이것은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디지털 피아노를 구입한 나의 이야기다. 이것은 마왕을 베기 위해 그 아래 사악한 졸개들, 악마 간부들을 쓰러뜨리며 나아가는 나의 이야기다. 하지만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손가락에 피가 맺힐 때까지 싸우고 나면, 상대가 누구든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내 곁에는 피아노 선생님이 힘겹게 복사해 준 악보라는 이름의 동료들이 있다. 한때 그들은 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부디 세상을 구해줘!” 이것은 언젠가 마왕을 무찌를 때까지 동료를 늘려가는 나의 이야기다. 이것은 스승을 얻은 나의 이야기다. 이것은 사형을 얻은 나의 이야기다. 이것은 토벌기다. 마왕 토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