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4일 월요일

겨울 게스트하우스

타버린 나뭇가지에 대고 숨을 들이마신다. 사향이랄까. 잘 모르지만 그런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겨울날이었다. 왜냐하면 계속 겨울이었으니까. 내 언 손을 붙잡아주길. 다른 사람들은 이 장소처럼 계속 겨울이 아니다. 겨울이 되어버린 건 마주 잡을 수 있는 손들을 뿌리쳐버린 것에도 있었다. 불길로 캠프파이어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외로움을 감당하기 어려웠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은근히 불길 안에 감자를 구우면서 군침을 삼키는 사람들이 내가 피운 불길을 보고 있었다. 이런 대화는 내가 숨기고 싶은 것이 그 사람들 눈앞에 드러나 있고 사람들은 모른 척을 하는 것인지 관심이 없는 건지 그저 감자들을 베어 물 뿐. 다들 제한되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 얼게 하는 추위 때문에 그렇다. 누군가가 내게 건넨 화관이 풀려 봄의 꽃잎들이 잠시 동안 내 머리 위로 흩날려 떨어진다. 콧물이 나온 사람들. 불길 안에 손을 가까이한 사람들. 불길 안에 붙들리는 듯이 있는 사람들이 마주 보며 제 자신에 대한 소개라기보단 서로에게 평상시에 쓰이는 익숙한 말씨로 알게 하고 있다. 저들끼리를. 무언가 추운 것이 있는 사람들이 털레털레 웃으며 추위와 관련된 기억을 얘기한다. 여기 말고 다른 데는 무섭다는 말도 있었다. 그러면서 점점 더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없게 되어가는 불길 앞에 나는 가만히 앉아 있다. 이곳을 오래 지키고 있으면, 불길의 주인인 것처럼 굴 수 있고 또 나뭇가지도 구울 수 있다. 나뭇가지 숯을 만들기란 몸통을 베어 그렇게 만드는 것보다 더 까다롭고, 불길을 오래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만 했다. 사향이라고 한 그 냄새를 또 맡고 싶었다. 불길 안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까 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제한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나나 혹은 불길이. 아니면 그 감미로운 느낌들이. 이곳의 모두는 제한되어 있다. 추위 탓에. 눈송이를 돋보기로 보더라도 과학 시간에 배운 결정 모양이 안 보인다. 하지만 이 추위는 진짜였다. 대부분의 일이 그런 것 같은데,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있고 타버린 나뭇가지를 바닥에 던지면 그 둘 중에 하나가 된다. 곧 있으면 저녁이 된다. 그렇다면 곧 밤이 될 것이며, 캠프파이어로는 이 한데서 버틸 수 없었다.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자리에 눕는다. 방 안에는 온기가 감돌고 사람들은 피곤했는지 금방 잠든다. 이 밤의 밖은 정말 춥고, 난 잠이 안 온다. 불길 안에 손을 가까이한 사람들. 왜 시간을 버려가며 이곳에 온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사람들. 나도 그랬으니까. 점점 더 나이를 먹어가면서. 딱 그 부분만은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불길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그 불길이 나의 것이 되겠노라 하며 펄럭이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이곳이 된 나처럼 계속 겨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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