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일 월요일

생활 같은 것

너는 벽난로 가까이에 앉아
옷깃을 데웠다고 한다
종일 털로 된 닭 인형을 뜨면서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몰랐다고 한다
인형들은 한결같이 슬픈 모양을 하고 있었고
창밖에선 누가 심었는지 모를
사과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고 한다
몸이 크지 않은 이들이 모여서 기도하듯이
입으로 웅얼거리는 소망이
새잎처럼 돋아나듯이
너는 매일의 생활을 반복하며
이 모든 현상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가을이면 사과들이
달아오른 얼굴 되었다
나무 수레 가득 실려 나갔고
그중 몇 알은 수레가 덜컹거릴 때마다
개울 나락으로 굴러떨어졌다
사과들은
사과들끼리
이별하고
그 뒤의 일은 서로
알 수 없었다
한동안 바깥에서 살아가다
오랜만에 방문한 나는
이제 정착하겠다고 다짐하기 전에,
사과처럼 부푼 꿈들이 썩어가는 장면을
숱하게 보고 왔다고
풀 죽은 얼굴로 말하기 전에,
늦은 밤 너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지금은 인형들이 자고 있으니
말소리를 낮춰달라는 너의 부탁을
우선 듣고 있는 것이다
들으며 자작나무 향이 나는
너의 집 서가를 찬찬히 둘러본다
아름다운 삽화들로 가득한 동화집이 꽂혀 있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사과의 인기척이 들린다
너는 인형을 팔아 번 돈으로
한 철 휴식기를 보내며
이 책을 구상하고
쓰고
그렸다고 했다
그때마다 지난 계절의 사과들이
눈에 밟혔다고……
나는 아주 집중해야만 들을 수 있는
너무 조용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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