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5일 월요일

나의 교정 노하우들

나의 실전 교정 노하우들을 대공개한다.

  • 갈지자교정
  • 일필휘지로 썼니? 나도 갈지자로 본다. Z자로 휘저으면서 한 번의 내려감으로 맞춤법과 띄어쓰기만 본다. 뭔가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2회 수행하여 문장의 뜻까지 보는 ZZ교정으로 보충.

  • 5% 샘플링교정
  • 임의의 한 페이지를 펼친다. 틀린 것이 있는지 찬찬히 본다. 틀린 것이 있다면 책 전체에서 해당 오류 패턴만 찾아 수정한다. 모두 수정하였으면 다시 임의의 한 페이지를 펼친다... 전체 페이지수에 0.05를 곱한 수의 임의의 페이지를 확인.

  • 카체이싱교정
  • 막히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는 교정. ‘일단 본다’는 데에 주안점을 둔다. (전복폭발엔딩)

  • 통일선봉대
  • 친구들아 그날은 반드시 온다! 소원은 통일, 오직 통일 외길로... 문자와 문자 사이, 벽과 벽, 선과 면, 너와 나를 지나... 차원을 건너 스타일을 통일하는 데 주력한다. 오직 숫자와 모양만 보며 다른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

  • 해킹교정
  • 음모론에 맞서는 하나의 방법: 음모론의 논리 안에서 음모론을 해킹(예: 백신 접종 후 50분 내로 150cc의 미지근한 물을 마시면 인간 기지국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어순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조사 수정·문장부호 추가 등 최소한도의 몰래 교정. 자기가 쓴 거 고치는 데 질색하는 저자의 엉망 문장을 어떻게든 ‘규범상으로는’ 맞게 만든다.

  • 메소드교정
  • 폭주하는 교정욕망을 평상시에도 풀어놓는(unleash)다. 업무 중이건 아니건 교정 ON 상태로 만사를 바라봄으로써 언제 어디서든 어디로든 용암이 흐르듯 무엇이건 교정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모든 것이 마뜩잖다!’

  • 이빨부수기
  • 이가 부서져라 이를 악물고 교정 & 쉴 새 없는 당분 공급의 투트랙 접근. 악으로 깡으로 퇴근까지 닥치는 대로 고치면서 버틴다.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죽을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탕비실 운영 관리에 대한 강력한 민주적 개입을 위한 사내 조직화에도 매진.

  • 웃는얼굴교정
  • 웃는 얼굴을 만든 채로 교정한다(거울을 보면서 사전 연습). 그 어떤 쓰레기 같은 교정지 앞에서도 웃는 얼굴로 뇌를 속임으로써, 다른 건 몰라도 정신위생 하나만큼은 확실히 챙긴다. 꼬리로 몸통을 흔드는 비책. 개인적으로 가장 애용하는 방법으로서, 기본 교정 기법으로 적극 추천.

  • 킬러교정
  • 다들 살인을 좋아한다. 요즘 세상에 재밌으려면 무조건 살인이 들어가야 한다. 자신을 킬러라 생각하며 오류를 찾아내 냉혹하게 교정, 노동으로부터 재미를 찾는다.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으므로 사적인 감정을 버리는 것이 중요. 피할 수 없음을 즐기는 자세. 망나니교정, 살인마교정, 전쟁영웅교정 등으로 응용 가능.

  • 방통요법
  • 나는 뇌양현의 방통이고, 지난 100일 동안 술만 마셨으며, 화가 머리끝까지 난 장비가 지금 칼을 들고 와 있다. 한나절 안에 어떻게든 밀린 일을 처리해야 한다. 할 수 있다. 별거 아니다. 나는 백리지재가 아니다... 어차피 이게 맞는지 틀린지 알아차릴 사람도 없고... ‘이 세상에 교정공은 너와 나뿐.’

  • 약물교정
  • 진통제 한 알 먹고 교정. 미신이나 헛된 기대, 머리에 힘주기 등이 아닌 의학적으로 검증된 고통 경감 효과를 노린다. 약물은 하나의 분자-기계인데 안경을 쓰는 것과 뭐가 다른가? 못 말리는 교정사이보그 되기. 해당 기법 사용 중 금주할 것. 과용에 주의.

  • 배짱교정
  • 내가 교정 개판으로 봤는데 어쩔? 니가 뭘 할 수 있는데? 어? 어?

  • 인권교정
  • ‘그들도 인간이다!’ 완벽하지 않기에 인간이다. 개들도 거리에 똥을 누면 주인이 주워야 하는데 하물며! 인간권리 옹호의 교정 정신 최대화. 하지만 저도 인간인데요...? 완벽하지 않기에 인간이다... 완벽하지 않기에... 언뜻 오류처럼 보이는 것들도 더 깊은 뜻이 숨겨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용서하는 聖人교정 단계로 심화.

  • 심안교정
  • 눈을 감고 이마 한가운데로 정신을 집중. 시간의 흐름에 몸을 기대고 마음의 눈으로 교정지를 본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응원이 들릴 때까지. ‘일어서라 교정공... 깨어나라 교정공...’ 거대한 활력이 솟아오르는 깨달음의 순간이 올 때까지... 나를 해고해 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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