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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9일 수요일

과거학회1

우리는 과거의 스케일에 매료되어 있다. 다가올 미래를 모두 합해도 누적될 과거의 양에 미치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우리를 고양시킨다. 우리가 보기에, 가장 클 것은 과거의 규모다. 모든 것은 사라진다. 모든 행성과 힘과 원자가 죽음의 신에 의해 지나간 시간에 속하게 될 것이다. 엔트로피가 극한에 다다르면 현재와 미래가 끝난다. 시간의 화살이 나아감을 멈추는 그 순간, 만사만물은 붕괴한다. 만사만물의 모든 속성은 폐기된다. 남는 것은 되감아보아야만 무언가였음을 알 수 있는 입자 미만의 물질들. 만물은 그렇게 ‘-였음’이라는 단일 범주로 통폐합되고, 그 후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통폐합의 순간에 와서야 세계의 존재 이유가 드러나는데, 세계란 저 ‘-였음’이라는 휴거의 도래를 위해 미리 마련된 공간이었던 것이다. 사물은 저 마지막 순간을 위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각자의 역사를 쌓아갔던 것이다. 그 역사‘였던 것’이 되기 위해서. 이것이 과거학회의 생각이며,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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