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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18일 일요일

초월일기 13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내가 

잘하는 

화법을 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감정인지까지 말을 해야만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요즘엔 그렇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고 

말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만 존재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말을 통해 말을 보는 게 아니라 노력을 본다고 쓸 수도 있다 우리는 말을 하고자 하는 

내게 무언가를 전하고자 하는 그 사람의 성의를 그 사람이 하는 말보다 더 높게 친다 그런데 그 성의를 알아채기 위해선 그 말을 듣는 사람 역시 말하고자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게 내가 내린 모종의 결론이다 결론이라고 하니 좀 이상한 것도 같지만 

나는 계속 힘을 내야 하는 상황에 

조금

지치기도 했고 그럼에도 힘을 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


그녀는 몹시 피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지만 그건 그녀가 정말로 원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다만 그녀가 원하는 일에 그녀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노력'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그녀는 노력을 아무리 해도 지치지 않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그녀가 그녀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써내려가는 순간이었던 것도 같다. 혹은 어떤 의도나, 해석에서 벗어나서 뭔가를 써내려가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것을 써내려가는 순간에도,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해 생각해야만 했고 그 방식에 대해 생각하는 일에 피로함을 느꼈으며 그리하여 곧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같은 상태에 직면해 베개를 팡팡치게 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몹시 불안했고

어쩌면

우울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뒤통수에 달라붙은

악령 같은

어떤 이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애쓰고 또 애썼던 걸지도 모른다. 어떤 이? 그녀는 문득, 왜 자신이 그 사람을 '어떤 이'라고 지칭했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10분 간격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지만, 자신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닌가? 알았나. 안다고 해도 그녀는 모른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몹시 지쳐버렸고, 그러나 그녀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자신이 지쳤음을 자각하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지쳤다. 그녀는 그것을 인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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