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1일 수요일

오함마

마당에서 창고의 왼편으로 지나가면서 볼 때, 그 오함마는 곧추서 있기도 하고 창고 벽에 기대어져 있기도 하다. 어쩔 때는 오른편으로 지나가면서 본다. 지나가며 왜 저기에 있지? 생각해도 그 순간뿐이다. 왼편에서도 오른편에서도 보지 못하면 뒷마당에 있고, 뒷마당에서도 못 보면 창고 안에서, 안에서 못 보면 앞마당에서 본다. 못 본다고 하는 것은 사실 맞지 않는 말이다. 쓸 일이 없으니 애써 찾을 필요도 없는데 자꾸만 불쑥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진짜로 못 보는 것은 누군가 그걸 쓰는 모습이다. 누가 그것을 쓰는가? 관리인에게 물으면 애초에 이 창고에서 오함마가 무슨 쓸데가 있는가고 답한다. 여름날 그늘에 누운 오함마 대가리 위에 쥐잡이가 앉아 있는 것은 본 적이 있다. 그걸 쓰는 이라고는 쥐잡이뿐이라는 얘기다. 쥐잡이가 이리저리 물고 다닐 리는 없다. 누구인가? 오함마가 스스로 창고 담벼락 안을 배회하고 있다고밖에는 할 수 없다. 저 오함마가 누구냐고 물어야 맞는지도 모른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