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일 월요일

여기가 어딘지 알겠어요

두 문장 전의 문장이 자꾸 사라진다.

성직자는 단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며칠 전의 종이를 내려다 본다. 그는 모든 걸 정확하게 기억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을 적고 있던 당시를 떠올릴수록 눈앞이 까마득해진다. 듣고 이해한 다음 온전히 전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눌리며 알아볼 수 없는 문자를 만들어내면서, 놓친 말들이 알아서 필요한 사람에게 가닿도록 기도를 했나?

낯선 차를 타고 멀리 다녀온 밤에는 낮의 일을 그저께쯤의 일로 착각하는 것처럼. 한 문장 전 문장의 선명함에 비하면 두 문장 전은 아득하다. 기억을 쭉 당겨보자, 이번에는 한 문장 전의 문장이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온전하게 살려낼 수 있는 단 하나의 문장도 가질 수 없었기에 선택을 해야 했다.

(어떤 말이 듣고 싶으세요. 되도록 짧게, 말해주세요. 그리고 아무것도 묻지는 말아주세요. 팔을 한 번 반쯤 뻗는 거리에 사탕이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그쪽을 참고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여름이 오고 있나요?)

이것은 몇 문장 전의 일일까. 희미해지는 두 문장 전의 문장보다 오래된 기억은 그보다 다소 선명하게, 그러나 언어를 잃어버린 채로 돌아왔다. 언어를 잃어버린 기억들의 메시지는 짐작 말고는 불가능해서 그걸 아무에게도 전달할 수 없다. 도둑이 누군지 알 것 같았지만 이름을 잊어버렸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