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5일 목요일

어부

그물 걷는 날이라 낚싯배 끌고 나갔지. 채비도 살피고 별신굿도 드렸지. 하늘 화창하고 풍랑도 잔잔해 가슴이 두근두근한 거라. 그물 걷어 올렸는데 뭣이고. 고기는 한 마리도 없고 뭔 해골바가지 하나 걸려 있는 거 아니겠나. 와, 나 황당해서 던져버리려는데 가만히 보니 해골 두상이 제법 잘 생겨 보인다. 뭔가 익숙하고 그립고 어디선가 본 듯한 두상. 나어린 꼬마가 대문 앞에서 손 흔드는 거 뒤로한 채 바다로 영영 떠난 아버지의 마지막 뒤통수. 맞나. 아버지 맞나. 해골 니가 내 아버지가. 내 아버지였던 무엇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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