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4일 월요일

쥐잡이의 대모험

오랜만에 찾은 창고는 그대로였다. 알림판을 살펴보았다. 역병이 돌고 있는 때지만, 별다른 것은 없었다. 뒷마당의 동백나무 앞에서 괜히 떠난 사람들 생각이 났다. 예브게니, 조라, 휘, 오그오헤, 타라... 언제쯤이면 ‘떠난 사람들 생각’이 그칠까? 내가 떠나면. 우리가 어디로 떠난다는 걸까? 우리의, 떠난 사람들이라는 기억 속으로. 이것이 이승과 저승으로 우아하게 임의구분된 연속체의 구조이며, 사후세계라는 오래된 비유의 실지다. 우리는 떠난 이들의 저승에 태어났고 오는 이들의 저승이 우리에게 달려 있다. 왜 이런 생각까지 줄지어 날까? 떠난 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거 맞지? 어딘가에 이 얘기를 적어 두자고 생각하고 있을 때, 소독통을 멘 관리인이 밖으로 나오며 손을 쳐들었다. 마스크를 벗는데 어쩐지 표정이 밝았다. 그 이유는 곧장 알 수 있었다. 뒤로 꼬리를 치켜세운 이사야가 따라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식상한 관용구처럼 눈을 비볐다. 이사야가 돌아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서는 아니었고, 이사야가 반으로 잘릴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저 순간 그렇게 보인 것이 아니라 확실히, 쥐잡이의 길다란 허리 한가운데 손가락 한 개가 들어갈 정도의 틈이, 꼭 세상에서 빠져나간 듯이 사라져 있었다. 이런 걸 분명히 어디선가... 오랜만이네. 잘 지냈나? 아, 네. 관리인의 다리에 자꾸만 머리를 받는 이사야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다듬는 척하며 슬그머니 ‘그 부분’을 만져 보았다. 이쪽이야말로 괜찮은 건가? 이사야의 단면은 무지개색이었다. 쪼그려 앉은 채로 어, 음, 하고 있자 관리인은 이상한 줄무늬가 생겨서 왔어, 하며 허허 웃었다. 그 웃음까지를 포함해 모두 어디선가 겪은 것 같았다. 나는 진실로 기묘한 기분에 휩싸여 일어섰다. 기묘한 기분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 같았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