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6일 화요일

어떤 이야기예요?



산문을 쓴다고 했을 때 그는 어떤 이야기냐고 물었다. “만났다가 헤어지는 이야기예요.” 그가 “재밌겠다.” 말했다. 나는 유자 맥주를 마시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사랑하고 헤어지는 이야기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줄 안 모양이었다. 나는 헤어지는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인지라 고개를 갸웃대다가 “본인 경험 말해주면 적을게요.” 말했다. 뒤에서는 감바스를 끝내주게 하는 법에 대해서 논쟁이 붙어 있었다. 통마늘이 끓기 시작할 때! 나는 말이야, 간식처럼 먹는다고. 남자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는 목검을 쥐고 어둠 속에 서 있던 사람의 이야기를 꺼냈다. 집에 돌아갈 때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며 잘 가, 라고 말해준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생각하기로 했다. 인사 없이 헤어진 사람들이 누구였는지. 기간도 정해보기로 했다. 등단을 한 지 꼬박 십 년이 됐으니까 그때부터 지금까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좋겠다 싶었다.

전화로 하염없이 울기만 하던 동기가 생각났다. “언니, 나 어떡해.” 사랑이 깨지고 그가 소리 내어 울었을 때 듣고만 있었다. 곰 세 마리 노래를 부르며 덩실덩실 엉덩이 춤을 추던 아이들도 생각났다. 어린 친구들을 가르치면서 자잘하게 헤어지는 것에 익숙한데 괜찮은 줄 알았다가도 불쑥 떠오르고 마는 것이다. 이런 글을 쓰는 줄 모를 텐데 무한한 신뢰를 보여준 편집자님도 생각났다.

시인으로, 가끔은 아이들을 만나는 강사로 매주 백여 명 정도의 사람을 만난다. 매일 8시간의 업무를 보는 사람이 되었을 때, 그제야 이들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야겠다고 결심이 섰다. 

어디선가 통마늘 끓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