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일 목요일

하늘 정원

이 정원은 하늘에 있다. 그래서 하늘 정원이라고 부른다. 이 정원은 높은 곳(약 5천 미터)에 있어서 지상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하지 않는다. 이 정원에 상주하며 근무하는 정원사가 둘 있고 정원의 중앙엔 저택이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넷 정도이다. 그러나 하늘 정원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아서 저택에 사는 멤버는 자주 바뀐다. 하늘 정원은 가끔씩 지상으로 내려오는데, 시간으로 따지면 약 2400시간마다 한 번씩 내려온다. 인적이 없는 대륙의 사막이나, 우거진 수풀이 없는 밀림, 그리고 모래로 만든 섬의 공터 등에 내려온다. 그때 이 하늘 정원은 내려오면서 지상에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다. 하늘 정원이 지상에 내려오면, 기다리고 있던 멤버들이 정원의 중앙에 있는 저택에 들어간다. 그때 멤버들은 몇 개월 동안 먹을 물과 식량을 거대한 미끄러지는 손수레에 싣고 들어간다. 이것은 ‘회’라는 곳에서 준비한 상비 도구이다. ‘회’란 이 하늘 정원의 회를 가리키는데, 공중에서 몇 달간 체류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이다. 이들 중 일부는 하늘 정원이 왜 공중으로 떠오르게 되었는지, 왜 정기적으로 지상에 내려오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기도 한다. 그래서 하늘 정원이 내려올 때마다 흙을 퍼서 성분 조사를 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다. ‘회’는 이들을 가로막지 않는다. 하늘 정원의 발단은 지상에 있었던 몇백 제곱미터의 영역이 갑자기 공중으로 떠올라 그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 설이 있다. 나도 이 설에 동의하는 쪽이다. 왜냐하면 하늘 정원에서 근무하는 정원사들의 입에서 직접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느 때와 같이 지상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상의 이 영역이 공중으로 떠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상에서 하던 근무가 공중에서 하는 근무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혹자는 하늘 정원의 신비로운 느낌을 의식해 여러 가지 전설적이고 민담적인 기원론을 들고 오기도 하지만, 진실은 단순한 것 같다. 그게 내가 하늘 정원의 오르고 내림을 여러 해 동안 보면서 한 생각이다. ‘회’의 리더는 처음엔 다른 사람이었다가 이번에는 나로 바뀌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 정원사들에게 물어보니, 하늘 정원의 이후로는 봉급이 올라 먹고 살 걱정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면서, ‘회’에 대한 고마운 감정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이번에 하늘 정원의 인원수를 좀 늘려볼까 생각 중이다. 그러면 돈을 더 벌 수 있을 테고. 그러나 전임자가 인원수를 네 명으로 제한해 놓은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가령 나도 잘 모르는 어떤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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