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8일 화요일

비몽사몽북스

연휴가 끝났다. 어쩌다 보니 잠을 못 자고 출근해서 아주 비몽사몽이다. 아까 퇴근까지 3시간 반 남았을 땐 정말 눈앞이 깜깜했다. 그나마 4시 즈음부터는 좀 괜찮아졌는데 퇴근을 한 시간 앞둔 지금은 또 비몽사몽이다. 이런 비몽사몽한 상태로 노동을, 안 그래도 눈앞이 깜깜해지는 교정校定 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언어도단이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교정공의 책임은 무한하지만 나의 책임은 유한하다. 언어의 도가 끊어져도 노동의 길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뭘 어쩌겠는가? 나는 지금처럼 딴짓도 많이 하지만, 아주 일을 놓아버리는 사람까진 아니고 싶다. 졸릴 때는 차라리 떠드는 편이 도움이 된다. 졸음이라고 하니 옛날에 제과 공장에서 나흘간 야간 알바를 했던 생각이 난다. 그때만 해도 담배를 많이 피웠다. 담배는 졸음 쫓기에 도움이 된다.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졸음이 쫓아진다. 담배를 피우다 폐병으로 돌아가신 친척 생각도 난다. 그리고... 죽은 이 한 명이 떠오르면 다른 이들까지 주르륵 떠올라버려 괴로운 지가 몇 년째인지. 내가 바로 먼저 간 이들이 꾸고 있는 꿈이라면? 그래도 어쩌겠는가? 비몽사몽북스는 먼저 쓰인 책들의... 현실이 어쩌고... 꿈이 저쩌고... 어쩌고저쩌고... 비몽사와 몽북스: 비몽사는 점심시간 외에도 1시간의 추가 오침 시간을 보장하며, 주 4일제지만 퇴근이 2시간 늦고 임금은 그대로다. 몽북스는 주 5일제를 유지하지만 하루에 4시간 노동이 전부고 임금은 비몽사의 반절이다. 비몽사도 몽북스도 내가 사랑하는 출판사다. 두 출판사의 구성원들은 사이가 썩 좋지 않다. 책을 낸 이들도 각기 갈라서 있다. 그냥 사이가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서로를 욕한다. 몽북스의 돼지들, 비몽사 개새끼들... 서로를 욕한다는 건 좋은 신호다. 무슨 좋은 신호? 우리에겐 욕할 만한 것이 필요하기 마련이고, 그것이 근처에 있을수록, 그것이 우리와 닮아 있을수록 좋다. 그래야 서로를 부러워하고 동경할 수도 있는 것이며... 미래의 나는 비몽사 몽북스 모두의 일을 돕고 있는 외주교정자다. 하루에 10시간 6일간 일하고 임금은 반절, 지금 금연에 대한 책을 엉망진창으로 교정하고 있다. 내가 과거로 돌아간 것일까? 과거는 미래의 내가 꾸는 꿈일까? 과거와 미래가 합심하여 나를 떠올리고 있다. 완전 비몽사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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