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0일 월요일

마녀의 편지

밤하늘의 별이 빛난다. 너는 반짝이는 눈으로 별들을 이어가며 별자리들을 나랑 곧 누운 채로 무언가를 알려주었지. 알려주었는데 잊어버리고 말았어. 아침에 신고 나온 신발이 뭐였는지 모르는 건망증인 것처럼. 그러나 난 곧 여기 혼자 누워 별자리들을 이어볼 순 있게 되는데, 별자리들을 이을 수 있다는 사실은 안 잊은 채라서야. 서투르게 난 그렇게 해본다. 너의 구체적인 것들은 없어지고 별 볼 일 없이 본질적인 기둥만 남았어. 난 그 문설주에 기댄 채로 영락 없이 자신이 마녀임을 들킨 이들처럼 걱정되었어. 잊어버렸어. 인간의 몸이 소실되었어. 앉아 있던 자리엔 개구리만 남았어. 그 개구리가 나였지. 네가 없어진 이유는 잘 몰라. 그 점 내가 슬픈 점. 네가 누구였는지도 잊어버렸어. 난 오래 살았어. 난 오래 혼자 살았어. 꼭 너 같은 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어. 그게 너라면 더없이 좋을 거야. 별자리는 다시 돌아오는 거야. 인간이 만든 이야기들. 그런 것들은 다시 되돌아와. 난 어떤 인형사에게 내 몸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어. 부탁이라고는 했지만 거래였지. 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걸 알아. 그는 초콜릿을 좋아했으니까 초콜릿을 준 거야. 너무 간단한 것 같아. 인간의 매력은 어떤 복잡성에도 기반하는 것 같은데 그런 것이 없는 경우도 많아. 대부분 어딘가 망가지거나 어긋나게 된 인간들이지. 그러니 간단한 것을 요구하는 인간들은 경계해야 해. 복잡한 것을 요구하는 이들은 이면 계약을 안 하니까 훨씬 안정되었어. 이런 것들도 네가 해준 말이었을지 몰라. 있잖아, 네 귀고리를 보관해두었어. 보통은 심장 같은 걸 보관하지 않아? 훨씬 얌전하지. 난 얌전하거든. 난 아직도 네게 간단한 것보다 복잡한 것 요구해. 있잖아, 다시 돌아오면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난 널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아. 왜냐하면 반짝이는 눈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거든. 난 눈이 그런대로 죽어 있으니까. 우리가 나란히 서면 참 달라 보일 거야. 난 너무 많이 망가졌거든. 그러나 피폐하진 않아. 하루하루가 평온해. 난 피폐한 것들이 싫어. 피폐한 것은 손톱을 짧게 깎는 거야. 그래서 난 손톱을 잘 자르지 않아. 어느샌가 자라 있어도 무감하게 그걸 봐. 사실 너도 한 명의 인간이었다고 봐. 사실 사람은 쉽사리 망가지지 않지. 인형사가 무언가 쓰고 있는 듯해. 그가 말은 안 했지만 나는 그를 좀 도와줘야 해. 그는 취미로 시를 쓰는데, 내가 그걸 좀 도와줘야 해. 그럼 난 다시 인간의 몸을 얻게 돼. 부족한 걸 서로 바꾸고 나눠 가진다니, 정말 똑똑한 일이야.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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