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6일 화요일

쥐잡이 이사야

이사야가 언제부터 창고에 들어와 살았는지, 누가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관리인조차 모른다. 당연한 이야기.

한쪽 귀가 좀 찢어진 이 회색 태비는 예쁘다고 하기엔 확실히 어려운 얼굴을 하고 있다. 어쩌다 정면으로 마주친다면 그 인상의 엉뚱한 험악함에 헛웃음이 터질 것이다. 목소리도 사람으로 치자면 걸걸한 편. 몸집이 크지는 않아도 등이 제법 단단한 것이, 나가면 꽤 강자 축에 들지 않겠나 싶다. 창고 입구에서 기웃거리는 떠돌이 개들을 깔아 보며 털을 세우는 모습은 심심찮게 본다.

나이도 출신도 베일에 싸인 채 이사야는 쥐잡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 관리인이 이사야를 볼 때마다 쥐잡아- 하고 부르기 때문이다. 창고 안을 후다닥 뛰어다니길래 뭔가 해서 보면 병뚜껑을 쫓고 있더라는 얘기를 매양 꺼내며, 이 창고에 쥐잡이 같은 건 필요가 없다면서도, 결국 쥐잡이의 밥을 챙기는 이는 관리인이다. 관리실 한구석에 놓인 불룩한 마대들 중 매직으로 크게 ‘쥐’라고 쓰인 것이 이사야의 밥 포대다. 아무리 봐도 고양이용 사료 같지 않지만 당사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요즘 같은 한겨울은 관리실 난로 곁을 떠나지 않는 이사야를 마음껏 만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럴 때 관리인은 ‘고양이 대해부’라는 제목의, 어디서 주워 온 듯한(곧 어디서도 살 수 없을 듯한) 해진 책 한 권을 꺼내준다. 그러면서 이사야의 꼬리는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탐스럽다는 말을 더하고, 만약 계속 자라는 것이라면 잘라서 팔아도 되겠다는 소리를 꼭 한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게 녹용이랑은 달라서... 하고 대답했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다. 관리인은 이사야 말고는 무엇에 대해서도 농담을 하지 않는다.

이사야는 ‘요옹’하고 운다.

이 계절 이사야의 취미는 눈 구경이다. 이어서 올 짧은 봄 동안엔 밖으로 종일 돌아다니다 들어올 테고, 여름에는 마당 그늘에 시체처럼 널브러져 들어온 사람을 놀래킬 것이다. 장마가 끝나야만 창고 들보에서 내려오며, 가을볕을 따라 다시 담으로 지붕으로 올라갈 것이다. 조건만 맞는다면 영원히라도 살 것 같다. 이사야는 평범한 도메스틱 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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