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0일 수요일

다정 같은 것

죽어 있는 짐승이었다
다시는 그 무엇과도 싸우지 않아도 되는
영원히 자고 있는 듯한
짐승 일부

머리는 남아 있어
다시 깨어나 입 열면
다 꿈이었습니다
잘 놀다 갑니다
무릎 탁 치고
일어날 것 같았는데
아주 일어나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전면적으로 눈을 질끈
감게 하는 짐승
약간이었다

나는 커다란 장정 아니지만
마치 그런 사람인 듯
거대한 물러터짐이
가슴께에 흘러내리는 걸 느끼며
한쪽 어깨에 메고
설산을 내려왔다

강추위 속에서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고
너무 죽어서
살아 있었다
털과 이빨이 내게도
있었고 우리의 공통점
조금이었다

숨 쉴 때
옆에 있으면
아주 커다랗게
따뜻하겠지
하지만 숨
안 쉰다는 차이

나는 너무 무거워서
아니 이걸 어떻게
흘려보낼 수 있나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다

냉장고에 넣어둘까 하다가
제일 아래 칸 서랍에 넣어두었다
그 안에서 짐승
최대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라고
푹 죽어 있으라고

매일 나는
일 마치고 돌아와
씻고
옷 갈아입고
서랍을 열어본다

오래도록 안쪽
모서리에 끼어 있는
먼지 같은 짐승 죽음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죽어도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