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7일 수요일

골드러시

전략.

몹시 덥군요.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의외로 연구는 계속하고 있습니다. 자네는 —가 부족해서 오래 버틸 수 없을 거라고…… 그게 무엇이었지요, 아마도 근성? 염려해주신 것이 무색하게도 저에게는 이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기에 어울리는 이야기 둘을 두고 무게를 견주다 임의로 하나를 골랐습니다. 아마도 영원히 목이 떨어지는 혁명가의 유령 이야기보다는 이쪽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원하신다면 이 이야기도 다음 편지에 쓸 수는 있겠습니다). 어느 고대 생물의 체내에 있는 정류장에 대한 것입니다.

생물의 종은 용으로 추정됩니다. 추정된다고 하는 까닭은 이 생물의 외관이 용에 대한 문헌 기록에 상응하는 영역이 크기 때문, 한편 행동 양식상 용이라는 생물의 문헌 기록과 배치되는 영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생물은 날지 않습니다. 날아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섭취와 소화, 배설 등 기초적 생명활동에 연관된 행동도 하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체내(말했듯이 이 생물의 체내에는 정류장이 있습니다)에서 감지되는 느린 고동소리로 미루어 수면중이라는 가설이 믿음직합니다.

그건 그렇고 체내에 정류장이라니 너무하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정류장을 만든 이들(정확히는 그들의 후손) 말로는 큰 바위산 가운데에 낸, 산 앞과 뒤에 있는 마을을 잇는 터널을 그 생물이 마치 자기 자리라는 듯 차지해버렸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모양입니다. 그야말로 그 생물의 몸길이와 둘레를 자로 재 만든 듯 몸이 꼭 맞았음은 부연할 것도 없겠지요.

버스는 하루에 네 번 이 생체터널을 통과합니다.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두 차례, 다시 저 마을에서 이 마을로 두 차례. 벌리고 있는 입으로 들어갈 때나 거의 직선에 가까운 체내를 달릴 때에는 이것이/혹은 이곳이 어떤 생물의 몸 안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여유롭지만 반대쪽으로 빠져나갈 때(또한 그리로 진입할 때)는 차체에 지나치게 꼭 맞게 줄어든 버블 세차장 시설을 통과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건 그렇고 정류장이라는 것은 그곳에 내리려는 사람이 있을 때, 그런 수요가 충분할 때 생기는 것이 아닙니까. 용(으로 추정되는 생물)의 몸 안에 인간의 볼일이 무엇일까요. 이 생체터널이 생기고 한동안은 이 생물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횡행했던 모양입니다. 그 수단은 무엇인가 하면, 한마디로 먹어서 없애자는 것이었지요. 터널을 틈 없이 메우고 있는 거대한(덩치값을 하노라면 아마도 강력할) 생물을 처치하기 위하여, 자진하여 기생충이 된 것입니다, 인간은…… 도축보다는 시추를 연상시키는 기구를 사용해 용(이라고 주장되는 생물)의 살점을 채취하고 그것을 운반하는 일은 일약 이 터널 앞뒤의 두 마을을 대표하는 ‘산업’이 되었고 그에 따라 생체 터널 내부에 정류장이 생겼다는 이야기입니다.

끔찍하지요?

시간이 흘러 지금은 정류장만 남아 있고 살점 채취 산업의 흔적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습니다만 인근 마을에서는 지금도 ‘용의 고기’를 특산품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기 종류의 진위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육질이 매우 우수하다는 평을 듣는 듯합니다. 정류장 옆에는 간이 화장실이 있고 정류장 뒤편으로 가면 희미한 빛을 발하는 상처를 볼 수 있습니다. 그 벌어진 틈 바깥은 어디로 이어지는 것일까요? 아마도 원래의 터널이 있던 바위산과는 무관한 장소일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예전에 선생님께서 제게 부족하다고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가 떠올랐습니다. 그건 근성 같은 게 아니라 ‘인애’였어요. 그거라면 충분히 갖고 있는 인간을 별로 본 적이 없기도 해서 특별히 불리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답이 생각났으니 답장은 주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이것으로 줄입니다.


추신, 더위와 추위를 소중히 여기라고 하셨지요. 그것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증거라고요. 날씨가 유난할 때마다 그 말씀을 곱씹곤 합니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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