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0일 금요일

나를 좆되게 하려는 모든 사람들과 사람 아닌 것들

잠깐만, 여기서 ‘좆되게’는 ‘좆 되게’로 띄어 씀이 적절할까?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 보니 ‘좆되다’는 한 단어가 아니다. ‘한 단어’라는 것이 말은 쉬워도 모호한 개념이다. 일단은, 국립국어원에서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렸으면 한 단어이고 안 올랐으면 아니다. 국어원에게도 물론 나름의 기준이 있어 어떤 단어를 올리느냐 마느냐를 두고 일정한 심사를 거칠 것이다. 사전에 없는 걸 보면 ‘좆되다’는 아직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모양이다. 혹시 명사 ‘좆’에 피동이나 형용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되다’가 붙은 단어로 볼 수는 없을까? 하지만 ‘좆’이란 명사 자체에 서술성이나 동작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서술성이나 동작성이 있는지는 어떻게 따진담? 다소 빗나갈 위험은 있지만 공식이 있다. ‘되다’ 자리에 ‘하다’를 넣어서 어색한지 보는 것이다. ‘좆하다’는 어색하다. 만약 어색하지 않다면, 그리고 ‘-되다’를 붙였을 때 원래 명사의 의미를 유지하며 피동이나 형용의 뜻이 더해졌다면, 그때는 붙여도 된다. (뭐가 어색한지 안 한지 어떻게 구분하는지는 제발 묻지 마시라...) 이때 어색하므로 무조건 ‘-되다’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띄워서는 안 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한 단어로 올라가 있는지를 검색해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붙이는 편이 적절다고 국어원에서 판단한 단어들은 사전에 올리기 때문이다. 예로 ‘참되다’를 보자. ‘참하다’라는 표현을 쓰긴 하지만 그 경우 ‘참되다’의 ‘참’과는 뜻이 전혀 다르다. 그래서 ‘참 되다’라고 쓰면? 매우 되직하다는 뜻 정도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한 단어로서의 ‘참되다’가 필요한 것이다. ‘좆되다’의 경우 이미 찾아봤듯 없다. 역시 ‘좆 되다’로 띄어 써야 맞는다. 하지만... 하지만 이걸 정말 인정할 수 있나? 분명 국어원의 온라인가나다에도 같은 질문을 한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찾아보니 역시 있다. 답변은 ‘띄어 쓰라’는 것이다.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제는... 하지만 나는 끝까지 인정할 수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어도 내 사전(머릿속의)에는 그 단어가 있다. 지읒... 조... 좆... 역시! 나는 머릿속 사전에서 ‘좆되다’를 찾아낸다. ‘뜻하지 않게 몹시 마음에 안 들거나 난처한 상황에 처하다.’ 역시 맞지? 나는 그냥 붙여 쓰기로 한다. 내가 국어원의 개냐? 이래서는 뭔가 좀 좆같은 느낌이다. 여기서 ‘좆같다’는 붙여쓴다. 그것은 한 단어로 보아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좆을 들먹이는 것을 부디 용서해 달라. 하지만 표현하고 싶은 어떤 뭔가에 맞는 어떤 표현을 찾다 보면 뭘 피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렇지 않나? 이런 식으로, 교정공은 누구보다도 자신과 싸워야 한다. 내 맘에 들게 고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고치는 게 맘에 들지 않더라도 고쳐야 한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 아, 나를 좆되게 하려는 모든 사람들과 사람 아닌 것들... 그건 다음에 얘기하자. 오늘 얘기한 것은 사람 아닌 것들 중 하나인데, 그래도 이 정도는 그렇게 좆되는 문제까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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